“농어촌 기본소득, 이제는 생존 전략”…영주서 해법 모색
영주 입법간담회서 용혜인 의원, 지역소멸 위기 해법 제시 경북 농촌, 전국서 가장 빠른 인구 감소… 공동체 붕괴 우려 “월 30만 원 기본소득 지급해야”… 청산면 사례로 가능성 입증
농어촌 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기본소득 논의가 우리고장 영주에서 뜨겁게 이어졌다.
지난 11일 오후 3시 영주상공회의소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농어촌 기본소득 입법간담회에는 용혜인 국회의원(기본소득당 대표)을 비롯해 기본소득당 농어촌기본소득특별위원회,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농어촌기본소득운동전국연합, 사단법인 기본사회, 전국어민회총연맹 등이 공동 주관·주최로 참여했다.
주최 측은 평일 오후라 참석 인원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대회의실은 자리가 모자랄 정도로 시민들로 가득 찼다.
이날 간담회를 영주에 유치한 윤옥식 농어촌기본소득운동경북연합 상임대표는 환영사에서 “오늘 이렇게 자리가 넘치도록 많이 와주셔서 감사하지만 한편으로 우리 경북이 처한 소멸위기가 심각함을 깨닫고 이를 극복하려는 열정을 보여주는 획기적인 발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용 의원은 “경북 농촌의 위기와 기본소득에 대한 열망이 이렇게 크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 경북은 소멸위기 최전선
용 의원은 농어촌 인구 변화와 소멸위험 지표를 근거로 위기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는 “3년 전 970만 명이던 농어촌 인구가 불과 3년 만에 949만 명으로 줄었다. 원래는 10년 뒤에 줄 것으로 예상했던 25만 명이 이미 사라졌다”며 “이 추세라면 10년 뒤 75만 명이 감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경북은 인구 소멸위험도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다. 영양군은 울릉군을 제외하면 전국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곳이며, 의성군은 소멸위험 지수 1위에 올랐다. 상주·문경·영주도 줄줄이 상위권이다. 용 의원은 “경북은 대한민국 농업의 뿌리이자 전통문화의 보고이지만 지금은 소멸위기의 최전선”이라고 말했다.
▲ 핵심은 소득 격차
용 의원은 농촌 공동화의 근본 원인을 소득 문제에서 찾았다.
“도시와 농촌의 연간 가구 소득 격차는 3천200만 원입니다. 농촌에 사는 가구는 도시 가구보다 그만큼 덜 벌고 있습니다. 그러니 청년들이 도시로 떠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노인 빈곤율도 도시보다 훨씬 높다. 특히 80세 이상 농어촌 어르신의 빈곤율은 67%에 달해 10명 중 7명이 빈곤 상태라는 설명이다. 용 의원은 “이제는 생활 서비스조차 유지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인구가 줄어들면 병원, 약국, 미용실, 세탁소 등이 사라지고 결국 남는 것은 빈곤한 노인뿐”이라고 진단했다.
▲ 청산면이 보여준 가능성
용 의원은 해법으로 농어촌 기본소득 도입을 제안했다. 그는 “지역소멸 대응의 핵심은 소득”이라며 “모든 농어촌 주민에게 월 30만 원 수준의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근거로는 경기도 연천군 청산면의 사례를 들었다. 2022년부터 전 주민에게 월 15만 원을 지급한 결과, 인구 감소세가 완화되고 골목경제가 살아났다는 것이다. 청산면에서는 지역화폐 가맹점이 늘고, 매출이 10~20% 증가했으며, 사라졌던 가게가 다시 문을 열기도 했다.
용 의원은 “청산면 사례는 기본소득이 단순한 현금 지원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를 지켜내는 힘이라는 걸 보여준다”며 “규모를 확대해 전국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법제화로 지속성 확보
용 의원은 기본소득 정책이 정권 변화에 흔들리지 않도록 법으로 제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농식품부 예산 통폐합으로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행정안전부를 주무부처로 지정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연내 발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국회에서만 논의할 문제가 아니다. 농어촌 주민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고 지역구 의원들을 압박해야 한다”며 주민 참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 농어촌 살리기, 지금이 골든타임
용 의원은 전국을 돌며 농어촌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알리고 있다. 그는 “소멸위기는 이미 시작됐다. 10년 뒤가 아니라 지금 대응하지 않으면 늦는다”며 “농어촌 기본소득은 지역 소멸을 막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번 간담회는 농어촌 기본소득 법제화 논의가 경북 지역에서 본격화되는 계기가 됐다. 참석자들은 “농촌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며 법안 추진에 힘을 모을 것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