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社說)] 8억 원 쏟은 시원축제, 지역정체성도 경제효과도 없었다

2025-08-16     영주시민신문

영주시가 1일부터 5일간 연 ‘2025 영주시원(ONE)축제’가 끝났다. 하지만 축제가 남긴 건 ‘시원함’이 아니라 ‘허탈함’이라는 게 다수 시민의 평가다. 지난해와 올해 축제는 당초 2억9천만 원에서 무려 5억1천만 원이 늘어난 8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지역정체성도, 지역경제 활성화도 찾기 힘든 행사였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올해 시원축제의 핵심 콘텐츠는 도심 워터파크였다. 대형 슬라이드, 물총 사격, 물풍선 던지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됐지만, 문제는 영주에는 이미 여름 물놀이 시설이 여섯 곳이나 있다는 점이다. 문정동 야외수영장, 가흥 안뜰공원, 삼각지 복지관 분수, 천지인 체험관 분수, 부석 동구산 물놀이시설에다 이번 축제장까지 포함하면, 시설만 늘어날 뿐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축제 기간 매일 저녁 펼쳐진 유명가수 공연은 잠시나마 사람들을 모았다. 그러나 상당수 관객은 공연만 보고 행사장을 떠났다. 외부 관광객 유입은 미미했고, 상권 매출도 평소와 큰 차이가 없었다. 한 상인은 “축제면 당연히 인근 상권도 붐벼야 하는데, 평상시 주말과 다를 바 없었다”며 “관광객이 머물며 소비할 구조가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결국 시민들 사이에서는 “8억 원 써서 유명가수 부른 꼴”이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같은 시기 열린 봉화은어축제는 9일간 22만5천 명을 모았다. 은어잡이를 게임화한 체험, 폭염 대비 실내 쉼터, 야간 조명과 공연, 특산물·음식 콘텐츠를 통해 체류 시간을 늘리고 소비를 촉진했다. 주민 자원봉사단이 바가지요금 근절과 친환경 캠페인까지 진행하며 신뢰도를 높였다.

반면 시원축제는 물놀이와 공연 위주로 단발성 소비에 그쳤고, 지역 특산물·역사·문화 자산을 활용한 콘텐츠가 전무했다. ‘영주에서만 즐길 수 있는 여름’이라는 주제가 부재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축제의 조건으로 ▲지역 정체성을 살린 특화 콘텐츠 ▲예산 대비 높은 방문객 만족도와 소비 효과 ▲지속 가능한 운영 체계를 꼽는다. 김천 김밥축제, 원주 만두축제처럼 작지만 확실한 아이디어로 관광객을 모으는 사례는 전국에 많다. 이들은 모두 지역의 상징과 이야기를 살려, 다른 곳에서 경험할 수 없는 콘텐츠를 만들어냈다.

시원축제가 진정 시민과 지역경제에 기여하려면, 단순한 물놀이·공연 모방에서 벗어나야 한다. ▲풍기인삼·사과·한우 등 지역 특산물과 결합한 체험형 프로그램 ▲부석사, 소수서원 등 문화유산과 연계한 관광 코스 ▲야간 관광·폭염 대비 쉼터 강화 ▲상권 연계형 소비 촉진 이벤트(스탬프 투어·쿠폰) 등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축제 기획 단계부터 시민, 상인,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일부 인사와 대행사 중심의 행정 편의적 축제에서 벗어나, ‘머물고 소비하는 체류형 여름축제’로 변모하지 않으면, 내년에도 시민의 외면은 반복될 것이다.

8억 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세금으로 치르는 축제가 ‘사진 몇 장 남기고 끝나는 행사’로 전락한다면, 이는 예산 낭비이자 행정 실패다. 영주가 진정으로 ‘시원한 여름’을 선사하려면, 지금부터 기획 철학과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