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억 원 쓴 영주시원축제, ‘시원함’보다 ‘허탈함’ 남겼다

지역정체성·경제효과 빈약…‘관광객 유치’는 그림의 떡 시민 “여름축제 흉내만…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 비난 성공한 봉화은어축제와 비교되며 시민 불만 ‘고조’

2025-08-16     오공환 기자

영주시가 지난 1일부터 5일간 연 ‘2025 영주시원(ONE)축제’가 막을 내렸지만, 지역 사회에서는 ‘예산 8억 원을 쏟고도 남은 건 공연 사진뿐’이라는 냉소가 번지고 있다.

2023년 생겨난 이 축제는 처음엔 2억9천만 원의 예산으로 치렀지만 지난해와 올해 무려 5억1천만 원이 늘어난 8억 원이어서 나름 시민들의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첫회부터 행사 주제와 콘텐츠에서 영주만의 색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지역경제 파급 효과도 뚜렷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 물놀이 시설 과잉, 응집력 떨어져

대표 프로그램이었던 도심 워터파크는 대형 슬라이드, 물총 사격, 물풍선 던지기 등으로 꾸려졌다. 하지만 영주에는 이미 문정동 수영장, 가흥 안뜰공원, 삼각지 분수, 천지인 체험관 분수, 부석 동구산 물놀이시설 등 여름 물놀이 공간이 다섯 곳이나 있다.

이중 매년 약 1만여 명이 찾고 있는 문정동 야외수영장은 축제장에서 불과 600여 미터 거리에 위치해 있다. 특히 시가지 한복판을 흐르는 서천을 배경으로 한 물놀이 축제임에도, 정작 서천 물길은 시커멓게 오염된 채 방치돼 축제장을 찾은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시민 A씨는 “여름 물놀이는 응집력이 있어야 시너지 효과가 생긴다”며 “시원축제는 기존 시설과 차별점이 없고, 행사장 외에는 소비를 이끌 동선도 없었다”고 말했다.

지역의 한 인사는 “성공적인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들의 참여 속에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축제 이해 당사자들과 함께 조정해 나가야 하는데 일부 힘(?) 있는 사람과 대행사 등 특정 소수에 의해 축제가 기획되고 만들어지고 있어 허술한 축제가 계속 양산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 “8억 원 써서 유명가수만 부른 꼴”

시민 B씨는 “여름이면 전국 지자체가 다 비슷한 물놀이 축제를 한다”며 “노하우 없이 다른 지역 따라 하느라 관광객은 안 오고, 결국 유명가수 공연에 예산을 쓰는 상황이 됐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5일간의 축제 기간동안 매 저녁마다 유명 연예인들과 가수들이 무대에 올랐지만, 상당수 관객은 공연만 보고 행사장을 떠났고 늦은 오후의 폭염 속에 진행된 특정 공연은 관람객이 고작 수십 명에 불과해 출연 가수들이 당황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비교적 관객이 많이 모이는 이같은 공연무대 조차 소비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고, 주변 상권 매출도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게 상인들의 말이다. 외지 관광객 유입보다는 ‘잠깐 들른’ 소비에 그친 셈이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한 상인은 “축제를 하면 인근 지역 상권도 함께 북적거려야 하지만 평상시와 다를 바가 없었다”며 “하루하루 힘들게 버티고 있는데 관광객도 없고 지역 경제에 보탬도 되지 않는 축제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 성공한 축제와 무엇이 달랐나

같은 시기 열린 봉화은어축제는 9일간 22만 5천 명을 모았다. 은어잡이 체험을 게임화한 ‘은어 로드 챌린지’, 폭염 대비 실내 쉼터 ‘은어 힐링스테이션’, 모래놀이장, 야간 조명과 공연, 특산물 음식 콘텐츠 등으로 가족 단위 방문객의 체류 시간을 늘렸다.

그 결과 음식·체험부스 매출이 전년 대비 1억 5천만 원 이상 늘었고, 전통시장 매출 증가도 기록했다. 주민 자원봉사단 ‘은벤져스’가 바가지요금 근절, 친환경 캠페인을 전개하며 신뢰도도 높였다.

반면 시원축제는 물놀이와 공연 위주로 단발성 소비에 머물렀다. 지역 특산물이나 역사·문화 자산을 활용한 콘텐츠는 부재했고, 관광객이 ‘머물며 돈 쓰게 할 장치’는 전혀 없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축제장이 그냥 잠깐 놀다 가는 물놀이장에 불과했다”, “지역 경제에 도움 되는 부분이 거의 없었다”는 불만이 흘러나왔다.

▲ 대안: 지역색 살린 ‘체류형 여름축제’로

전문가들은 “축제의 가성비는 예산 대비 체류 시간과 소비액”이라고 말한다. 시원축제가 성공하려면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참여 ▲지역 특산물·역사·문화와 결합한 콘텐츠 개발 ▲폭염 대비 쉼터·야간 프로그램 강화 ▲지역 상권과 연계한 소비 유도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또한 다른 지역 축제를 단순 모방하기보다, ‘영주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여름’이라는 차별화된 테마가 필수다. 김밥으로 대박을 낸 김천 김밥축제나, 은어잡이를 게임화한 봉화은어축제처럼 작은 아이디어와 응집력 있는 기획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영주문화관광재단 모 이사는 “축제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과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며 “축제를 이대로 존속시켜 가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