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칼럼] 아동친화도시, 영주시는 이름에 걸맞은 환경인가

정선남 (작가)

2025-07-26     영주시민신문

영주시는 2017년 경북최초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로 인증 받았다. 이는 단순한 수식어가 아니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자라고, 존중받으며,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공공의 약속이자 의지의 표현이다. 그러나 지금 영주는 이 약속을 잘 지켜나가고 있는가? 아동의 미래를 위한 환경과 정책이 계획대로, 그리고 책임 있게 추진되고 있는가? 이 물음을 진지하게 던져야 할 시점이다.

‘아동친화’는 단순히 놀이터나 복지시설이 많은 도시를 의미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삶 전반, 즉 건강, 휴식, 학습, 놀이, 참여 등 다양한 생활 영역에서 실질적인 권리가 보장되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정책 수립 과정에서 아이들의 목소리가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최근 납공장 설립 불허 판정은 단지 환경오염 문제만의 것은 아니다. 이 사안은 아동의 건강권과 삶의 질, 더 나아가 도시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문제이다.

중금속은 한 번 노출되면 체내에 축적되며, 특히 성장기 아이들에게는 인지 기능, 신경계 발달, 행동 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조차 ‘납에는 안전한 노출 기준이 없다.’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친화’라는 이름은 공허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이들은 사회적 약자다. 스스로 위험을 판단하거나 거부할 수 없으며, 어른들의 선택에 따라 그들의 미래가 결정된다. 그렇기에 행정은 더욱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야 하며, 특히 어린이의 건강과 안전이 걸린 문제라면 시민들과 충분한 정보를 공유하고, 사전에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영주는 오랜 시간 청정 자연, 선비 정신, 조용한 교육 환경을 바탕으로 자긍심을 키워온 도시다. 하지만 최근 산업시설 유치 시도는 이러한 장점을 스스로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납공장이나 무분별한 개발은 단기적인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아이들이 숨 쉬는 공기, 마시는 물, 거니는 거리의 안전을 위협한다. 결국 도시의 품격과 지속가능성까지 흔들 수 있는 위험에 놓인다고 할 수 있다.

납공장 반대를 외친 시민들의 우려는 지나친 이기주의가 아니다. 이는 지역 환경권, 생태 보존, 그리고 무엇보다 미래세대의 권리에 대한 정당한 문제 제기다. 영주는 청정 농업과 생태자원이 중요 자산인 도시다. 특히 산림이 많은 영주는 탄소 흡수원으로서도 기후위기 대응에 기여하고 있다. 이런 지역에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는 납공장을 들인다는 것은 도시의 방향성과도 충돌한다.

이제는 단순한 반대만이 아닌, 실질적인 대안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아이들이 자연과 어울릴 수 있는 생태 놀이터, 안전한 통학길, 아동의 의견을 시정에 반영할 수 있는 ‘어린이의회’ 운영, 문화와 감성을 키울 수 있는 공공 문화 공간 확충 등을 고려해야 한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아동의 권리를 우선하는 시스템 도입 역시 시급한 문제다.

아이들은 보호받아야 할 존재이며 도시를 구성하는 주체다. 이들을 존중할 때 비로소 진정한 아동친화도시가 완성되는 것이다.

아이들의 미래는 먼 훗날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지금, 오늘 어른들의 선택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어떤 도시를 아이들에게 물려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웃으며 뛰어놀 수 있는 영주, 이름만이 아닌 진심이 담긴 아동친화도시가 되기를 바란다. 이것은 어른들의 책임이자, 영주의 진정한 자부심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안심하고 숨 쉴 수 있도록, 지역사회는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부모, 교육자, 행정가, 정치인 모두가 한 목소리로 아이들의 권리를 말할 때, 아동친화도시는 이름을 넘어 실천이 될 것이다. 도시는 결국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품격으로 완성된다.

최근 우리는 시민의 단합된 목소리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경험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지금 지켜야 할 것은 단순한 경제 논리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과 다음 세대를 위한 책임 있는 관심과 행동이다. 흔들림 없이 꾸준하게 이어져야 할 우리의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