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자락에 희망을 심는 사람들 “지역 사랑이 우선입니다”

우리동네 영주人터뷰 [81] ㈜소백산농촌관광 권역협의체 남옥선 대표이사

2025-07-26     이영선 기자
천연염색 체험
부석태 청국장 정식

인구소멸 위기지역에 불어넣은 활력

소백산명품마을, 체험관광으로 살아나다

 

로컬산업 콘텐츠로 지속가능성 열어

“우리 고향, 다시 사람으로 채우겠다”

“영주시 풍기읍 지역이 인구소멸 위기라는 어려움을 딛고 새로운 관광과 로컬산업의 중심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소백산명품마을 사회적협동조합과 ‘(주)소백산농촌관광 권역협의체’의 남옥선 대표이사와 25명의 조합원이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이후 침체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급변한 관광 트렌드에 발맞춰 지역자원을 적극 활용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소백산 자락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이자 소규모 체험관광이지만 로컬산업 활성화에 힘을 모으는 활동이어서 의미가 크다.

남옥선 대표

남 대표는 이미 오래전부터 영풍 지역 발전을 위한 사회적경제 활동을 해왔다. 사단법인 소백산천연염색협회를 운영하며 사회적기업 인증, 6차 산업 인증, 경상북도 우수브랜드인 실라리안 인증까지 받으며 지역 로컬산업을 성장시킨 주역이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면서 기존의 단일 콘텐츠로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을뿐더러 지역이 살아남기 어렵다는 현실을 직시한 남 대표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농촌관광 체험프로그램(여름)
소백산명품마을에서(겨울)
촌캉스

# 위기를 기회로 바꾼 ‘촌캉스’

남 대표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2022년 소백산명품마을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했다. 더불어 그루경영체 및 행정안전부 마을기업인증 등 2023년에는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주민주도형 농촌관광 콘텐츠 사업을 2년 연속 이어갔다. 또, 지난해에는 ‘크리에이투어’ 사업을 운영해 1천 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성과를 냈다.

체험형 관광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그는 마을여행사와 소백산농촌관광권역협의체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농촌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역관광에 불씨를 피우고 있다.이를 발판 삼아 남 대표는 ‘촌캉스’를 브랜드로 내세운 체험형 관광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왔다.

풍기역과 영주역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코레일과 연계해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알리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4명에서 최대 10명까지 묵을 수 있는 시골집 숙소를 두 채 마련하는 등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경북 영주시 풍기읍 금계리에 소재한 일승지 마을에 유휴지로 남아있던 시골집 2채를 리모델링했다. 일승지 마을은 정감록 십승지 중 제1승지로 유명하다.

특히, ‘일승지 마을 하룻밤 촌캉스’는 인근 지역 유명 관광지인 금선정, 금양정사, 인삼시장, 인삼박물관, 소수서원 탐방과 천연염색 체험, 불멍 바비큐 파티 등을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제공해 방문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 이미 이 프로그램은 만족도 95점 이상을 기록하며 지역의 대표 관광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외에도 문수권역을 중심으로 ‘삼시세끼 촌·호캉스’를 기획해 젊은 층을 공략한 프로그램도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다. 남 대표는 “열차비 할인 혜택과 합리적인 가격 덕분에 서울, 부산, 청주 등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관광객이 많다”며 “처음 만난 사람들이 마치 오랜 지인처럼 지내다 가는 모습을 보며 가능성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삼시세끼 촌·호캉스
메리골드 꽃 체험

# 지역특산물 활용한 로컬산업 “마을 바꿀 수 있는 원동력이자 자생력”

소백산명품마을 협의체는 관광 프로그램뿐 아니라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로컬산업 활성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풍기오이 장아찌, 가지고추 장아찌, 맘한끼 미숫가루, 부석태를 활용한 낫또 청국장과 냉동두부 등 지역의 특색을 살린 가공식품은 관광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중에서도 숲도시락은 인근 지역에서 컨설팅 요청을 받을 정도로 성공한 대표 로컬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지역에서 재배한 천연염료 메리골드를 활용한 염색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관갱객들의 재방문을 이끌기도 한다. 과거에는 젖은 염색물을 비닐에 넣어 가져가던 불편함이 존재했으나, 현재는 간소한 과정과 과학적인 방식이 접목돼 ‘선물을 받는 기분’을 느끼도록 세심하게 진행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남 대표는 지역 주민의 재능을 최대한 살려 다양한 관광 콘텐츠를 마련하고 있다. 음식디미방 명인의 요리 체험, 이학박사의 별자리 이야기, 민약원 원장의 약초 이야기 등은 관광객들이 지속해서 지역을 찾는 이유로도 꼽힌다. 지난해 관광객 중에는 지역 스토리에 매료돼 영주시 귀농·귀촌 교육에 참여한 이들도 있을 만큼 지역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도심해방 체험프로그램
휴식을 취하다
시골집 리모델링 하는 모습

# 지속 가능한 체험문화마을의 꿈

남 대표와 조합원들은 현재까지 구축된 관광 인프라를 기반으로 향후 더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의 숙박시설 2동에 더해 최근엔 마을호텔 스테이 4동의 건립 예산을 확보했다. 총 6동의 숙박시설이 완성되면 한 번에 최대 30명 이상의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게 돼, 소백산권역 관광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즉 지역 관광산업의 규모와 수준을 높이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남 대표는 일본의 유후인과 같은 성공적인 체험형 관광마을을 목표로 삼고 있다. 작게는 봉화 산타마을의 성공 사례를 참고해 지역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로컬산업과 체험관광이 어우러진 지속 가능한 체험문화마을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그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지정돼 있는 곳이다. 돌담을 쌓듯 하나씩 쌓아갈 때 세계인들이 찾아오는 마을이 될 수 있다”며 “우리 고향, 다시 사람으로 채우겠다”고 강조했다.

소백산명품마을은 체험관광에서 멈추지 않고 귀농·귀촌인들을 유치해 지속 가능한 생활인구 확보를 꿈꾸기도 한다. 2019년부터 운영한 귀촌 창업교육은 올해까지 총 120명의 수료생을 배출했으며, 이 중 30명이 지역에 정착했다. 그중 12명이 소백산명품마을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역민과 귀촌인들이 힘을 합쳐 로컬산업의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남 대표는 “지역의 미래는 로컬산업에 달렸다. 기존 베트남에서 시집온 외국인에서도 팁을 얻고 풍기 오이가 개발됐다. 베트남 오이가 이곳 토양에서도 적응을 잘해, 우리 식재료와 만나 퓨전 음식을 탄생하게 만들었다”며 “특산물과 지역문화 자원을 활용한 체험 콘텐츠 개발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2030년 TK 신공항 완공 전까지 지역 청년들을 영입해 체험문화마을을 완성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남 대표는 다시 사람으로 채워질 우리 고향을 위해 지역 주민들과 함께 달려가고 있다. 기존에 운영해 왔던 다양한 사회적 가치 실현 사업 등을 통해 ‘농촌을 위해, 농촌 삶을 위해’, ‘혼자가 아닌 여럿이서 함께’라는 모토로 지역사회 발전에 집중하며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그는 “우리 지역이 다시 사람들로 북적이고 지속 가능한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모든 분의 관심과 응원을 부탁한다”며 미래를 향한 소망을 드러냈다. 더 큰 바램은 인구소멸지역이 아닌 인구증가지역으로 젊은 청년들 유입도 많아지고 새로운 관광지로 발돋움해서 농촌이 더 활력이 넘치는 고장으로 우뚝 서길 바라고 있다.

소백산자락, 작지만 큰 희망의 씨앗이 뿌려졌다. 그 싹이 트고 자라 열매 맺을 날을 지역민 모두가 함께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