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사과 수입 논란… 안동·문경·청송 ‘반대 성명’, 영주는 ‘침묵’
경북 사과 주산지들 강력 반발 속 영주 대응 없어 논란 사과 전국 생산량 14.5% 차지하는 영주, 현안 외면하나
“사과는 농민의 생계이자 지역의 뿌리입니다”
정부가 최근 한·미 통상 협상 과정에서 미국산 사과 수입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경북 사과 주산지들 사이에서 격렬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안동시의회는 23일 성명을 내고 “미국산 사과 수입을 반대한다”며 “농산물은 협상의 카드가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미국산 사과 수입 검토 철회 ▲농산물 통상 협상 제외 ▲사과 산업 보호 대책 마련 등 세 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하며, “농민·시민과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청송군의회도 지난 10일 성명을 통해 “고령화, 이상기후, 산불피해로 위기에 몰린 과수 농가를 절벽 아래로 떠미는 행위”라며 “미국산 사과 수입 검토를 즉시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문경시의회도 21일 이정걸 의장을 포함한 의원 전원이 참여한 가운데 성명을 내고 “이번 협상은 단순한 수입 확대가 아니라 농업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이라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농민단체들도 반발하고 있다. 전국농민회 경북도연맹과 전국사과생산자협회 경북지부 등 6개 단체는 16일 안동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 수입까지 허용하면 농업은 무너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전국 사과 14.5% 생산하는 영주는 왜 ‘조용’한가
이처럼 경북 사과 주산지 곳곳에서 반대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작 전국 최대 사과 주산지 중 하나인 영주는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영주시는 전국 사과 생산량의 약 14.5%를 차지하고 있다. 청송·안동과 함께 경북 사과 산업의 핵심 축이자, 1만8천여 사과 재배 농가 가운데 상당수가 영주에 몰려 있다. 그럼에도 시의회나 행정기관 차원의 공식 대응이나 성명은 아직 없다.
영주시민 A씨는 “사과로 먹고사는 도시가 맞나 싶다”며 “청송과 안동, 문경은 발 빠르게 움직이는데, 영주는 왜 입도 떼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수입 사과 값은 절반… 시장 무너진다”
미국은 한국보다 사과 생산량이 10배 이상 많고, 가격은 절반 수준이다. 이 같은 사과가 대량으로 수입되면 국내 시장은 가격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영주 지역 농가들 사이에서도 “지금도 판로가 흔들리는데, 외국산까지 들어오면 끝장”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경북은 전국 사과 생산량의 62%를 차지한다. 생산액 기준으로도 경북 비중은 60%에 이른다. 그중에서도 영주는 단일 시 단위로는 가장 많은 사과를 생산한다.
이런 상황에서 영주의 침묵은, 단순한 소극 행정이 아닌 지역 산업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눈치만 보지 말고, 목소리를 내야 할 때”
사과는 영주의 대표 농산물이자 지역 경제의 한 축이다. 미국산 사과 수입은 단지 가격 경쟁의 문제가 아니다. 농민의 생존권, 지역 농업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사안이다.
이때문에 정부 방침이 구체화되기 전, 지역 차원의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역 농업인은 “사과 가격은 계속 흔들리고, 이상기후에 생산비도 오르는데 이제는 외국산까지 들어온다”며 “이쯤 되면 행정과 의회가 나서줘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