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의 시영아영[174] 기도실
*시영아영-시를 읽으면서 나를 되돌아본다는 뜻입니다
2025-07-11 영주시민신문
기도실
-강현덕
울려고 갔다가
울지 못한 날 있었다
앞서 온 슬픔에
내 슬픔은 밀려나고
그 여자
들썩이던 어깨에
내 눈물까지 주고 온 날
-나보다 더 슬픈, 슬픔
사람들은, 가는 길이 다 다르기에 자신을 내려놓은 구간도 방식도 다릅니다. 슬픔을 만났을 때라면 더욱 그렇겠지요. 기가 막혀 눈물도 안 나오는 슬픔과 맞닥치게 되면, 그 슬픔 가실 때까지 여러분은 어떻게 하나요?
“울려고 갔다가” “앞서 온 슬픔”에 눌려 “내 눈물까지 주고 온” 적 혹여 있으셨나요? 극한으로 몰린 두 슬픔이 만난 기도실. 내 슬픔보다 더 큰 아픔을 가진 슬픔 앞에서 내 눈물은 아름다운 기도가 됩니다. “앞서 온 슬픔”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내 슬픔은 또 어떻게 문드러졌을까요? “앞서 온 슬픔”은 나를, 나는 “앞서 온 슬픔”에 의해 회복의 길을 냅니다. 언젠간 내가 “앞서 온 슬픔”이 되어 뒤에 온 누군가의 눈물로 치유에 닿기도 하겠지요.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라는 성경 구절을 문득 떠올려 봅니다. 어깨 들썩이게 하는 슬픔도 복일 수 있다니 얼마나 다행한 정렬인가요. 슬픔을 벗게 한 단시조 한 편을 울어내는 동안 7월도 짱짱하게 여물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