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社說)] 납공장, 이제 남은 건 영주시의 ‘용기 있는 결단’뿐이다
영주시 납폐기물 제련공장(이하 납공장) 문제는 단순한 인허가 논란을 넘어, 시민의 생명과 지역의 미래가 달린 중대 현안으로 부상했다. 그동안 “법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에 갇혀 있던 행정은, 지난 3일 열린 긴급 간담회를 기점으로 반전의 기회를 맞았다. 간담회에서 드러난 각종 사실은 이제 ‘불허는 가능하다’는 가능성이 아닌, ‘불허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명백한 책임의 문제로 우리를 인도하고 있다.
하승수 변호사는 이날 간담회에서 “기존 대법원 판결은 종전의 사유에 대한 것이며, 새로운 사유로는 얼마든지 거부할 수 있다”고 명확히 말했다. 이른바 ‘EPA 배출계수’ 적용이 그것이다. 미국 환경보호청(AP-42) 기준을 적용하면, 영주 납공장의 연간 오염물질 배출량은 3천487톤에 달한다. 사업자가 신고한 16톤과는 천문학적 차이다. 공장이 마치 미세먼지 하나 피우지 않을 것처럼 축소해 보고했고, 그 자료를 바탕으로 영주시가 3종 사업장 등록을 승인했다는 점은 행정 실책에 가깝다.
이제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할 것인지, ‘지금의 책임’을 다할 것인지 선택만 남았다.
간담회에서 박규환 민주당 지역위원장이 공개한 환경부 입장도 결정적이다. 영주시가 공식 질의를 하면 EPA 기준 적용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 회신’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관할권을 환경부로 이관하고 기존 허가를 취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확립하는 길이다. 더불어 공장 인근에 이미 국가산단이 승인됐고, 인구 1만2천 명 규모의 주거지가 들어서고 있는 점은 ‘중대한 공익상 필요’에 해당해, 처분 철회 요건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전풍림 시의회 납공장대책특위 위원장의 지적도 묵직하다. “이 공장은 영주시의 이미지와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인구 감소와 농축산물 소비 위축, 관광산업 침체라는 공익적 손실을 불러올 것”이라는 예측은 단순한 주장이나 감정이 아닌, 현실의 그림자다. “시민 전체가 원고가 될 수 있는 사안”이라는 말은 곧, 행정이 시민을 거스를 수 없음을 경고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결국, 시계는 ‘영주시’만 바라보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자료도, 더 긴 회의도 아니다. 이미 충분한 근거가 마련됐다. 시민의 뜻은 확인됐다. EPA 기준, 공익상 필요, 허가절차의 위법 소지까지 3박자를 갖췄다. 남은 것은 단 하나, 영주시의 ‘용기 있는 결단’뿐이다.
유정근 시장권한대행(부시장)이 “지방행정의 존재 목적은 주민의 복리와 안전”이라고 말한 만큼, 그 말에 책임을 지는 것은 이제 그의 몫이다. “공식 질의 공문을 보내겠다”고 한 약속이 ‘시간 끌기용’이 아니라, 진심어린 책임 행정의 출발이길 시민은 지켜보고 있다.
영주시민 2천500명이 한여름 밤 광장에 나선 이유는 단순히 반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생명을 지키기 위해, 도시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이 도시의 행정이 시민의 편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서다.
이제 영주시가 응답할 차례다. 더는 미룰 수 없다. 납공장을 불허하는 순간, 영주시는 비로소 ‘시민의 도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