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의 시영아영[171] 장마

*시영아영-시를 읽으면서 나를 되돌아본다는 뜻입니다

2025-06-21     영주시민신문

장마

                 -최옥

 

일 년에 한 번은

실컷 울어버려야 했다

흐르지 못해 곪은 것들을

흘려보내야 했다

부질없이 붙잡고 있던 것들을

놓아버려야 했다

 

눅눅한 벽에서

혼자 삭아가던 못도

한 번쯤 옮겨 앉고 싶다는

생각에 젖고

 

꽃들은 조용히

꽃잎을 떨구어야 할 시간

 

울어서 무엇이 될 수 없듯이

채워서 될 것 또한 없으리

 

우리는 모두

일 년에 한 번씩은 실컷

울어버려야 한다

 

- 장마에 기대다

문장 사이사이 여백을 넣듯이 일 년이란 간격에 들어선 장마. 어쩌면 성가시고 두려운 것일 수도 있는 그게, 큰 눈물이라니요? 마음 청소의 시간이라니요? 호연지기의 원천이라니요? 이게 바로 시의 힘, 아닐까 싶습니다.

일 년에 단 한 번만 크게 울어야 한다면 장마철에 장맛비처럼 울고 말면 그만입니다. 어차피 시작된 장마, 외면만 말고 함께해 보기로 합니다. 누군가에겐 걷잡을 수 없는 절망이 되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흐르지 못해 “곪은 것들”, “부질없이 붙잡고 있던 것들”을 조급함과 막연한 불안 대신 마주할 기회가 되기도 하니까요. “울어서 무엇이 될 수 없”겠지만 비워서 한층 가벼워질 수는 있을 것 같으니까요. 삿된 생각과 묵을 때를 쓸어내듯 실컷 울어버리고 싶을 즈음, 버리지 못해 꽁꽁 쌓아 두었던 감정에 물꼬를 튼 장마에 기대다 보면 쨍하고 해 뜰 날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장마가 시작되었습니다. 올해도 별 탈 없이 지나가길 촉촉한 기운으로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