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의 시영아영[166] 오월
*시영아영-시를 읽으면서 나를 되돌아본다는 뜻입니다
2025-05-17 영주시민신문
오월
-임채성
백치의 미소를 띤
흑백의 시대는 갔다
살랑대는 치맛자락 복사꽃이 흩날리고
하이힐 구둣발 소리에 부푸는 고목 가슴
꽃잎 풀잎 나뭇잎이
입을 쫑긋 내민 거리
한껏 달뜬 소문들이 바람에 몸을 풀면
도시는 꽃놀이를 접고 산빛으로 물들고
황혼녘의 사랑에도
광합성이 일어날까
엽록소가 빠져나간 내 청춘을 돌아볼 때
소녀티 벗어난 봄이 대관식을 올리고 있다
- 5월의 사람들
한 장의 유서처럼 떠안았던 어릴 적 가난의 봄은 가고, 새로운 역사를 이어 쓸 계절이 부쩍 빠른 속도로 지나가고 있습니다. 춥고도 따뜻한 추가금의 계절이기도 한 5월이 사랑을 인식시키고 있습니다. 이팝꽃 한 바가지로 마른 입을 달래던 고목도 “하이힐 구둣발 소리에” 까닭 없이 가슴 부푸는 거리, 거리!
다시 5월을 봅니다. 애틋함과 잔소리 사이에(어린이날), 효녀와 효년 사이에(어버이날), 경외와 그림자 사이에(스승의 날), 싸움과 연민 사이에(부부의 날) 5월이 있다고 했던가요? 이 기념일들은 가정의 달이라는 커다란 테두리 안에서 재촉하지도 다그치지도 않으면서 성큼성큼 울창해집니다. 여여(如如)한 사랑이든 슬픈 비밀이든 계절의 여왕다운 눈부심으로 토실해지고 있어요.
“황혼녘의 사랑에도/ 광합성이 일어날까”요? “엽록소가 빠져나간 내 청춘”도 한 번쯤 들키길 바라는 마음으로 행운 가득한 5월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