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의 시영아영[164] 카페라떼
*시영아영-시를 읽으면서 나를 되돌아본다는 뜻입니다
카페라떼
-정재돈
찌든 노동의 흔적들 새까맣게 타버린 하루 끄트머리에
걸어온 모양대로 둥둥 떠다닌다
강물이 끓어오른다
금빛으로 포장한 직업전선의 울타리 안
이따금 씁쓰레한 사건과 달콤한 일을 번갈아 한 모금씩 마신다
번번이 들이킬 때마다 희끄무레한 미래가
매지구름처럼 묻어 서쪽 하늘에 점점이 부대낀다
헤아릴 수 없는 막대한 번뇌의 포말들 허우적거리며 득실댄다
오늘도 삐걱대는 단애에 소스라치며 앉아서
온통 땀으로 제조한 업무를 삼키면
잠시 소담한 행복이 한잔의 커피처럼 포실하게 들어온다
- 향긋한 단애
커피의 쌉싸름함과 우유의 고소함이 절묘하게 만난 카페라떼의 특유한 매력에 한 번쯤 끌려본 적, 다들 있으시죠? 다 다른 이유로 맛과 향기에 취하겠지만, 이 시는 “찌든 노동의 흔적”과 “소담한 행복”을 번갈아 타고 있어요. “금빛으로 포장한 직업전선의 울타리 안/ 이따금 씁쓰레한 사건과 달콤한 일을 번갈아 한 모금씩 마”시는 동안 “강물이 끓어오”르고 있다네요. 느긋함을 점령한 비등점처럼요.
이 시는 한 수 앞선 이미지와 한 발 더 깊은 삶의 철학이 어우러져 있어요. “카페라떼”의 감정으로 근로자의 날조차 쉬지 못하는 노동자의 한숨을 들이키는 순간, 우리도 그 먹먹함을 함께 마시게 됩니다. “헤아릴 수 없는 막대한 번뇌의 포말”을 묵묵히 저어가면서요. 같은 입장이고, 마음이니까요. 보태어 서로를 위로하고 응원하는 동지니까요.
5월 1일 만이라도 한 번 더 속삭여 주는 카페라떼라면 좋겠습니다. 호들갑 떨지 않는 노동의 위대함을 인정하는, 오늘만큼은 더 특별한 향긋함이 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