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영주人터뷰 [76] 영주시게이트볼연합회 제3대 황도명 회장

“게이트볼은 어르신만 하는 운동? 누구나 할 수 있는 두뇌 스포츠입니다”

2025-05-03     이영선 기자
2025 전국생활체육대축전 출전 

60대부터 즐겨온 생활체육, 80대까지 즐긴다

최고 연장자이자 메달이 주는 기쁨 ‘만끽’

“게이트볼은 농사짓는 어르신들이 많이 합니다. 몸도 움직이고 두뇌도 써서 치매 예방에도 최고인 생활체육입니다”

지난 3월 영주시게이트볼연합회 제3대 회장으로 취임한 황도명(81) 회장은 게이트볼 예찬론자다. 풍기읍 산법리에서 태어나 현재 안정면에 거주하며, 안정클럽 소속으로 거의 매일 게이트볼장을 찾는다. 농사를 지으면서도 꾸준히 게이트볼을 즐겨온 그는 이제 17년째 구력을 가진 베테랑이다.

전국대회 메달리스트가 전하는 게이트볼의 매력

“게이트볼 덕분에 전국 곳곳을 다니며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지역 간 교류도 하고, 구장을 함께 사용하며 특산물과 음식도 나누는 등 얻는 것이 참 많습니다”

황 회장은 자신의 게이트볼 인생에 대해 자부심이 크다. 안정클럽 사무실에 진열된 대통령기 금메달과 국무총리 금메달을 비롯한 각종 메달이 그의 화려한 이력을 증명한다. 지난해 9월에도 전국대회 남녀 혼성부에서 우승하는 성과를 거두며, 81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그는 “게이트볼은 치매 예방에 정말 좋다. 전략을 짜고 두뇌 싸움을 해야 이기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라며 “특히 혼자서는 절대 승리할 수 없고,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해 협동심과 사회성도 자연스럽게 길러진다”고 설명했다.

황 회장은 지난 3월부터 벌써 4번째 전국 각지의 대회를 다니면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남과 교류를 가졌다. 다양한 지역을 탐방하는 것도 게이트볼이 주는 큰 즐거움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게이트볼은 5인 1조의 팀 경기로 운영된다. 전략적으로 상대를 방해하거나 팀원을 지원할 수 있어 장기와 같은 두뇌 회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연령에 관계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장애인도 즐길 수 있는 생활체육이라는 점에서 타 종목과 구별된다.

전국대회 출전 역사 (금은동 메달)

후배 양성과 지역 대회 활성화에 힘쓸 것

황 회장의 임기는 4년이다. 그의 목표는 명확하다. 지역 내 대회를 자주 열어 회원들의 친목을 도모하고, 젊은 층과 신입 회원 유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대부분 70~80대 회원들이 많다 보니 젊은 사람들은 진입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신입 회원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구장에 연습용 채도 비치되어 있어 처음 오는 분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처음 구장을 방문하면 사무국장의 안내를 받을 수 있다. 항시 회원들한테 개방돼 있으며 편안한 시간대에 이용도 가능하다. 강습은 운동 구력이 오래된 분들도 가능하지만 안정면 주민자치센터에서는 자체 프로그램을 활용해 매월 일주일에 한 번 강습이 이뤄지도록 체계가 갖춰져 있다.

얼마 전에 클럽 대항전을 치른 황 회장은 “18개 클럽이 자주 모여 친목과 실력을 다지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무리하게 도 단위 대회만 추구하지 않고, 자체 대회를 중심으로 발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지난 4월 열린 2025 전국생활체육대축전에서는 혼성팀이 일반부 단체전에서 3위를 차지해 지역의 자긍심을 높였다.

“타 지역은 50~60대 선수들도 많아 활기가 넘치지만, 실력 면에서는 경험이 적어 우리보다 부족한 부분도 있습니다. 서로 장단점이 있는 만큼 젊은 층의 유입이 꼭 필요합니다”

평균 연령 75세인 팀이 먼 지역까지 장거리 이동해 경기를 치르는 현실은 체력적으로 큰 부담이다. 대부분 자가용으로 이동하며, 한 명의 어르신이 운전을 맡는 경우가 많아 ‘잠 못 자고 공 치는’ 강행군을 소화하고 있다.

황 회장은 “회원들도 신입 유치에 더 힘써야 하며, 실내구장 확충을 통해 후배 양성 기반을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원들과 운동하는 모습
안정 게이트볼장 내부

열악한 환경에도 꺾이지 않는 열정

“모여서 공을 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실전이고, 건강한 것입니다”

황 회장은 “혼자서는 결코 생활체육을 일굴 수 없다”며, 회원들과 함께 꾸준히 기량을 쌓는 과정을 소중히 여겼다.

그러나 안정면 게이트볼장은 하천가에 위치해 지붕조차 없어 비, 눈, 바람 등 날씨 영향을 크게 받는다. ‘게이트볼 구장’이라는 표지조차 없어 운동시설임을 알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여름이 돼서야 그린코트가 드러나 운동장이 보이지만, 임시구장처럼 황량한 모습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에 굴하지 않고 즐겁게 운동합니다”

황 회장은 “경북 의성이나 예천처럼 좋은 시설을 갖춘 지역을 보면 부럽기도 합니다. 영주에서는 어르신들이 운동할 장소가 점점 줄어드는 게 현실입니다. 회원 자부담도 늘어나고 있어 어려움이 많습니다”며 시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을 요청했다.

“게이트볼은 복지이고 예방이다”

황 회장은 게이트볼이 단순한 운동을 넘어 건강복지와 예방의학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치매 예방, 우울증 예방은 약보다 사람, 말보다 움직임입니다. 게이트볼은 그 두 가지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좋은 매개체입니다”

그는 최근 인근 복지관, 경로당, 노인대학 등에 게이트볼 체험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있다. 학교와도 연계해 세대 간 교류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 “게이트볼은 어른만 하는 운동이 아닙니다. 손자, 손녀와 함께하는 세대통합 스포츠로도 발전 가능성이 있습니다”

영주시게이트볼협회 회장

실내구장 부족, 영주시의 관심과 지원 절실

현재 영주 지역에는 18개 게이트볼 클럽이 운영되고 있다. 회원은 대부분 농사를 짓는 이들이지만, 공무원이나 철도 기관 출신 등 다양한 배경의 회원들도 클럽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실내구장은 부석, 단산, 영주, 풍기 지역 등에만 있어 많은 클럽 회원들이 날씨에 따라 운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로나 공원 조성에는 수십억씩 예산을 씁니다. 그러나 어르신들이 모여 운동할 공간 하나 만드는 데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실내구장 하나 지으면, 수백 명이 더 건강해지고, 의료비 지출도 줄어듭니다. 이게 바로 투자 대비 효과가 높은 정책입니다”

황 회장은 “안정면 구장은 단 한 개의 코트밖에 없다. 2004년부터 다리 밑에서 운영하다 6년 전 하천 인근 뚝방 길로 옮겼다. 회원이 많았던 과거에 비해 지금은 급격히 줄었고 여성 회원도 2명 밖에 안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특히 “실내구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노인들이 비나 눈을 맞으며 운동하기란 쉽지 않다. 긴 장마기간에는 더더욱 활동량이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주시가 지역 고령화 문제와 건강복지를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생활체육 예산을 과감히 확대해줄 것을 요청했다. “생활체육은 건강을 위한 ‘예방주사’입니다. 지역이 사라지지 않으려면, 사람을 붙잡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최근 파크골프가 유행하면서 게이트볼이 외면받는 현실에 대해서도 안타까워했다. “파크골프는 이미 포화상태”라며 “게이트볼도 젊은 사람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운동인데, 편견과 오해가 많은 게 현실이다. 누구나 참여해 직접 체험해보면 게이트볼의 진정한 매력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에서 3번째) 황도명 회장

지역소멸 돌파구 생활체육의 부활

“지역소멸을 막으려면 지역 간 교류가 절실합니다. 운동은 가장 좋은 매개체입니다”

황 회장은 게이트볼이 지역 간 건전한 경쟁과 친목을 이루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처럼 개인주의가 심화된 사회에서는 생활체육을 통해 공동체 정신을 회복해야 합니다. 운동을 통해 얻는 절제력, 인내심, 끈기 등은 오늘날 더욱 절실한 덕목입니다”

그는 “바깥활동과 단체활동의 즐거움을 더 많은 세대가 경험했으면 좋겠다”며, 생활체육의 힘을 믿고 실천해 줄 것을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황 회장은 “지역소멸을 막는 열쇠는 사람과 사람의 연결에 있다”며 “게이트볼은 이웃과 마을을 다시 엮어주는 소중한 고리”라고 강조했다.

“구장에서 함께 공을 치며 웃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채 하나씩 들고 가는 어르신들을 보면, 이것이 지역공동체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이트볼을 통해 사람이 모이고, 관계가 생기고, 결국 지역이 살아나는 길이 열립니다”

그는 오늘도 구장을 찾는다.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채를 들고 모여드는 사람들 속에서 황도명 회장의 게이트볼 인생은 지금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