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의 시영아영[163] 네가 고속도로를 달리며 듣는 음악을...네가 만약 쉼터로 먼저 들어선다면 전화해

*시영아영-시를 읽으면서 나를 되돌아본다는 뜻입니다

2025-04-26     영주시민신문

   네가 고속도로를 달리며 듣는 음악을 내가 뭐라 할 순 없

지만 오늘같이 졸음이 쏟아지는 고속도로에서 잠시 볼륨을

줄이고 내가 읽어주는 이 한 편의 시를 듣게 된다면 너는

가속페달을 밟고 나에게 급하게 달려올지 아니면 쉼터로 들

어가 창문을 열고 잠시 숨을 몰아쉬며 금방 들었던 이 시를

다시 읽어달라고 조를지 모르겠지만 지금 내가 너의 운전

을 방해하면서까지 이 한 편의 시를 읽어주는 것은 이 시가

가여워지지 않았으면 해서야 그러니 네가 만약 쉼터로 먼

저 들어선다면 전화해

                                                                                          -이돈형

 

이 시 다시 읽어줄게

 

- 자유롭게 여무는 법

낯설고 새롭다는 말 이면에는 편안하고 익숙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둘 다 나름의 의미를 품고 있어서 사람들의 개성이나 환경에 따른 선택이 있겠지요. 그렇게 선택의 바다에서 헤엄치다 보면 자신에게 맞는 옷으로 입혀지기도, 벗어나기도 할 테고요.

이 시는 어때요? 제목이 내용보다 스무 배쯤 길거든요. 제목이 내용보다 짧아야 한다는 원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간단명료한 제목이 한눈에 딱 들어오기는 하잖아요. 반면에 제목을 길게 쓰는 것은, 안이하게 구겨지지 않는 한 방법이기도 하고요. 모두를 다 만족시키는 제목은 세상에 없잖아요. 내용은 더더욱 없고요. 호기심이 이는 제목이라면 일단 독자의 마음을 끌긴 하겠지요.

만약 여러분이 “창문을 열고 잠시 숨을 몰아쉬며”, 이 시의 긴 제목을 보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하게 될까요? 내용보다 훨씬 긴 제목에 저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거든요. 자유로운 발상에 일단 시간의 눈이 뒤집혔고요, 시의 세계로 더 “급하게 달려”가야 할지 “쉼터로 돌아”가서 잠시 멈춰야 할지 오래도록 망설이게 됐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