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의 시영아영[161] 깡충 나비
*시영아영- 시를 읽으면서 나를 되돌아본다는 뜻입니다
2025-04-10 영주시민신문
깡충 나비
-신여다야
봄에는
나비도 가끔
깡충깡충
토끼 흉내를 내
진짜야!
여기저기서
피어나는
봄과 봄 사이를
징검다리
건너듯
깡충깡충
뛰어다니거든
-동화를 켜다
토끼와 나비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나비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의태어는 나풀나풀과 팔랑팔랑이고, 토끼를 표현하는 의태어는 깡충깡충과 팔딱팔딱 정도일까요? 그런데 봄이면 “나비도 가끔// 깡충깡충/ 토끼 흉내를” 낸다네요. 맞아요. 사실 저도 가끔 봤거든요. 풀밭과 풀밭 사이를 톡톡 뛰던 나비를요.
선심이 보이지 않으세요? 봄이 열릴 때면 아득했던 나비와 토끼의 거리조차 닿아 있어요. 마음을 뒤집을 만큼 통통 튀는 몸짓으로요. 나비의 몸짓이, 토끼의 움직임이 서로 좀 바뀌면 어때요. 봄이 좋은 나비는 마냥 설레는 기분을 깡충하게 옮기고요. 뜀박질이 적적해진 토끼는 팔랑팔랑 비행을 시작할지도 모르잖아요. 갖가지 기대들이 지구의 속도를 따라, 봄의 이치를 따라 한층 퍼질 테고요.
고집스럽게 굳어 있던 표정들도 말랑말랑해져 가는 깡충한 봄입니다. 길쭉한 귀도, 매끄러운 다리도 없는 나비를 “깡충깡충/ 뛰어다니”게 하는 힘을 가진 계절이지요. “여기저기서/ 피어나는/ 봄과 봄”마다 신비로운 “깡충 나비”가 온 봄을 동화로 물들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