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있게 나이 들어가는 문화 확산이 목표입니다”
우리동네 영주人터뷰 [74] 영주시노인복지관 이상규 관장
낙후지역을 복지타운으로 탈바꿈
품격 있는 노후의 플랫폼으로 우뚝
자율적인 참여로 성장하는 노인복지문화
복지사각지대 해소 위한 지속적인 협력
“여기에 오면 시간이 참 빨리 가요. 친구도 생기고, 몸도 마음도 건강해졌죠”
매일 아침 9시가 되기 전 영주시노인복지관 1층에는 직원보다 더 일찍 오는 어르신들이 있다. 운동을 목적으로, 이웃과 바둑을 두고 싶어서, 물리치료 등을 받기 위해서다. “이제는 복지관이 내 삶의 중심”이라며 삼삼오오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입장한다.
이처럼 영주시노인복지관(이하 복지관)은 노년의 외로움과 고립을 이겨내는 활기찬 삶의 무대로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단순한 노인 여가시설이 아닌, 건강과 자존감을 키우고 ‘품격 있게 나이 드는 법’을 함께 만들어 가는 인생 후반기의 플랫폼이다.
영주시 휴천동 삼각지 마을이자 한때 낡은 주택가로 낙후의 대명사처럼 불렸던 이 지역이 2017년 4월 복지관 개관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 공원이 함께 조성되며 주민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거듭났고, 인근에 위치한 장애인복지관, 대한노인회 영주시지회와 함께 어르신들의 복지허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도시재생사업의 모범사례로 꼽히며 장관상을 받기도 한 이곳은 지금도 전국에서 견학이 이어지는 ‘성공적인 복지 모델’로 탈바꿈 돼 복지타운으로서의 면모를 발휘하고 있다.
복지관은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천태종복지재단이 위탁운영하고 있으며, 부처님의 자비정신을 기반으로 지역사회에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지난해 2월 부임한 이상규 관장은 서울·경기권에서 27년간 복지 경력을 쌓고 고향 영주로 돌아온 복지 전문가다. “어르신 스스로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성장하는 복지관이 돼야 한다”는 그의 철학은 복지관 운영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 중식 제공에서 물리치료까지... 생활 속 복지 실현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구성된 복지관은 층마다 다양한 프로그램 공간으로 채워져 있다. 지하 1층에는 소백홀, 당구장, 통통마당이 위치해 여가 활동과 문화 행사가 이뤄지며, 1층에는 휴마당, 9988휘트니스, 잔치마당(식당), 감로당(물리치료실) 등 건강과 일상을 책임지는 공간이 있다. 2층에는 어울림마당, 선비학당, 스마트학당, 풍악당, 컴퓨터실, 장기·바둑실 등 교육과 취미, 교류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상규 관장은 “현재 복지관 등록 회원은 약 7천600명으로 평균 이용 연령은 70세”라며 “실제로 문화교육, 건강관리, 상담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면서 여가뿐만 아니라 ‘사회적 역할’을 되찾아가는 어르신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복지관의 대표 공간 ‘잔치마당’에서는 매일 200인분의 식사가 제공된다. 회원은 1끼 2천 원에 이용 가능하며, 국가유공자·기초생활수급자는 무료다. 어르신들은 이곳에서 자연스레 이웃과 교류하고, 혼밥의 고독을 나눈다. 식당은 키오스크로 운영돼 디지털 익숙함도 함께 키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공간은 9988휘트니스와 감로당이다. 감로당은 의료 처방이 있는 경우에는 물리치료실로, 처방 없이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돼 있어 어르신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이처럼 건강관리와 자율 참여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 시스템이 바로 복지관의 강점이다.
복지관 이용자 중 다수가 도심권 거주자다. 이상규 관장은 “외곽지역 어르신들에겐 접근성이 여전히 과제”라고 말한다. 또한, “공간 제약 때문에 더 많은 서비스를 못 드리는 현실은 안타깝다”며 “영주시에서도 이를 인지해 식당 확장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이용자 중심 복지로 한 발 더 다가갑니다”
이 관장은 “최근 유료로 복지관에서도 일부 비용을 지불하고 참여하는 문화가 정착되면서 어르신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며 “더불어 봉사활동도 자발적으로 이뤄져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창출돼 어르신들의 ‘품격있게 나이 들어가는’ 문화가 확산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회원들은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할 뿐 아니라 봉사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웃에게 복지관을 소개하고, 함께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등 지역사회 내 ‘복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복지관은 어르신들의 다양하고 복합적인 욕구에 맞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스마트폰 교육부터 노래교실, 심리상담까지 맞춤형 콘텐츠가 제공된다. ‘어르신 상담센터’를 운영해 1:1 상담과 방문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회원가입은 복지관 방문을 통해 가능하며, 배우자가 60세 이상인 경우 동반자도 준회원으로 등록할 수 있다.
복지관은 단순한 복지 서비스 제공을 넘어서 지역사회의 기부와 자원봉사 문화를 확산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네이버 해피빈을 통한 ‘조손가족 장학금 후원’, 정기 후원을 위한 CMS 제도도 운용하고 있으며, 후원금은 지역의 독거노인, 취약계층 지원 등에 사용된다.
자원봉사도 활발하다. 자원봉사는 △노력봉사(식당, 환경미화 등) △전문봉사(상담, 물리치료) △교육봉사(강사, 보조) △기타 봉사(행정, 행사 지원)로 구성돼 있으며, 정기적인 참여가 가능하다. 전문성과 따뜻함이 결합된 봉사활동이 활기를 띠고 있으며, 공연이나 특강을 통한 재능기부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에 복지관은 지난해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시설 평가에서 전 항목 A등급을 받으며 경북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직원들의 이직률도 낮고, 재정도 안정적이다.
이 관장은 “60세 이후가 오히려 인생의 절정일 수 있다”며 “복지관은 그 삶의 무대를 열어주는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사회와 함께 건강하고 품격 있는 노년 문화를 만들어가겠다”며 “공간 확장과 서비스 고도화를 통해 더 많은 어르신이 복지의 온기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영주시노인복지관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는 이용자 중심의 복지 실현이다. 단순히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들의 일상과 욕구, 상황에 맞춰 복지의 방향을 설계하고 조정하는 유연성이 강점이다.
예를 들어, 복지관은 분기별 만족도 조사를 통해 프로그램 구성 및 운영에 대한 피드백을 수렴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생활 주기나 계절, 건강 상태에 따라 참여율이 달라지는 특성을 반영해, 여름철에는 실내 활동 위주로, 겨울철에는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시즌별 맞춤 운영을 시도하고 있다.
복지관은 단지 쉬러 오는 공간이 아니다. 이곳에선 오히려 ‘나도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존감을 발견하는 어르신들이 많다. 문화예술 동아리에서 악기를 배우고 공연을 기획하거나, 봉사단에 참여해 다른 어르신을 돕는 일에 나서는 이들도 점점 늘고 있다.
“60세 이후가 인생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여기 와서 노래도 배우고, 봉사도 하니까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에요”
자발적으로 형성된 ‘노인강사단’도 복지관의 자랑거리다. 일명 재능기부이자 각자 배운 분야를 또 다른 어르신들에게 가르치는 ‘세대 내 순환형 학습’이 이뤄진다. 또한, 복지관은 최근 ‘디지털 격차 해소’에도 앞장서고 있다. 키오스크 사용법, 스마트폰으로 사진 보내기, 공공앱 활용 등 실생활 중심의 ‘디지털 문해 교육’을 정기 운영 중이다.
이 관장은 “복지관 자체 시스템도 키오스크 등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된 만큼, 어르신들의 접근 장벽을 낮추기 위한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식권 발급기, 수업 신청 등의 일부 절차가 무인화되면서 디지털 활용교육과 병행 운영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복지’로 확장
복지관은 지역 내 다양한 기관과 협력망을 구축해 지역 복지 네트워크 중심으로서의 역할도 강화하고 있다. 인근 의료기관, 노인요양시설, 보건소와의 연계로 건강검진·예방접종 등을 정기적으로 지원하며, 영주시 행정복지센터와도 협력해 복지사각지대 발굴 및 후원 연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지역 내 청소년단체와 협력한 ‘세대공감 프로젝트’도 눈에 띈다. 중·고등학생들이 복지관을 찾아 어르신들과 보드게임, 전통놀이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세대 간 벽을 허물고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관장은 “복지관은 단순히 노인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나이 드는 모든 사람의 미래를 준비하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는 의료·건강·교육·문화가 통합된 복지 플랫폼으로의 기능을 더욱 강화하고, 시니어 일자리 창출이나 노인 주거복지 연계 서비스로까지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 관장은 “누구나 나이 든다. 다만, 어떻게 나이 드느냐는 준비와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영주시노인복지관이 그 길을 함께 걷겠다”며 “웃음으로 한 걸음 다가와 주신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두 걸음 다가가겠다”고 사회복지종사자로서의 인권 존중 슬로건을 강조했다.
오늘도 문을 활짝 열고 있다. 어르신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품격 있는 노후’로 이어지기를 바라며,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은 내일을 준비한다. 이곳은 단지 복지관이 아닌 ‘사람을 위한 복지’ 시작과 더불어 지역사회의 자원과 협력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복지모델 구축에 힘쓸 방침이며 함께 성장하는 복지로 이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