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의 시영아영[157] 당당한 향기
*시영아영- 시를 읽으면서 나를 되돌아본다는 뜻입니다
2025-03-14 영주시민신문
당당한 향기
-정지윤
보도블록 사이에
피어난 작은 꽃 한 송이
누가 밟으면 어떡하지?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아슬아슬해
어쩌다가 여기에 피었니?
옮겨줄 수도 없는데……
지나가던 아이 하나
쪼그리고 앉아 말을 걸어
괜찮아
당당하게 피어 있으니
사람들이 다 피해 가잖아!
-홀로서기, 함께 서기
꽃이 꽃만의 힘으로 보도블록을 뚫고 나올 수 있을까요? 붙어 있던 블록들이 가슴을 벌린 틈으로 조금씩 햇빛과 빗물 스며들게 한, 희생도 어느 정도 있었겠지요. 이렇듯 보도블록에 핀 꽃을 밟는 것도 사람이 작정한 마음으로 하는 것은 더욱 아닐 테고요.
이 동시는 한 송이 작은 꽃이 피기 위해서 척박한 환경을 이겨낸 것으로 보일 수도 있겠으나, 길을 열어 준 주위의 배려와 지원이 없으면 작은 생명도 존재하기 어렵다는 관점으로 볼 필요도 있을 것 같아요. “지나가던 아이 하나/ 쪼그리고 앉아 말을 걸어”보는 것조차 관심과 격려의 비료일 테니까요.
올해도 ‘나 홀로 입학’한 초등학교가 꽤 있다고 들었습니다. 천진난만함을 장착한 아이가 낯선 세상을 맞닥뜨립니다. 그것도 혼자서요. 선생님과 넓은 교실을 독차지하고, 맨날 1등만 하겠지요. 대신에 급식도 혼자, 공기놀이도 혼자서 해야 해요. 그러나 입학식엔 비록 나만 서 있겠지만 주위의 많은 것들이 응원하고 있음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나 대로 “당당하게 피어”도 함께인 미래가 더욱 기특하도록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