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애향인 인터뷰 [113] 박준호 광고인의 나의 살던 고향은

평생 광고업 외길, 고향 일이라면 팔 걷고 나서다

2025-03-07     황재천 기자

여느 지방 중소 도시처럼 영주도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어 지방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당국이 각종 인구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구증가 정책이 출산장려와 귀농 귀촌 운동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귀향운동으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머무는 지역 출향인은 대략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에 본지는 이들 출향인이 은퇴 후 자신이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쌓아온 경륜을 귀향을 통해 고향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애향인 인터뷰를 마련했다. 이번 애향인 인터뷰를 통해 인구증가를 위한 귀향정책과 지역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편집자 주>

풍기읍내 벽화 재능기부, 풍기봉현 장수사진 촬영

고향 선후배와 함께 고향 특산품 활용 사업 추진

 

고향 관련 모임 맡은 일이 없어도 꾸준히 참석

아들 가업 승계 후 틈만 나면 공장 출근 ‘열정’도

풍기읍 어르신 장수사진 찍을 때(2015년)

고향 일이라면 팔 걷고 나서는 애향인이 있다. 광고업 외길을 걷고 있는 박준호 회장이다. 그의 활동 모임은 대부분 고향 관련 모임이다. 고향 발전을 위해 고향 특산물인 인삼을 활용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고향의 선배 후배들과 같이 추진 중이다. 재향인과 출향인이 같이 하는 사업이다.

광고탑 등 간판 광고업으로 한 때 매출 1위를 할 정도로 한길을 걸으며 광고업을 하고 있다. 아들이 그의 사업을 승계했지만 지금도 공장에 출근해 일을 하며 보람을 찾고 있는 광고인 박준호 회장, 인터뷰를 잡은 시간도 그가 공장에서 일하고 있을 때였다.

광고 사업을 하신다고는 알고 있습니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가요?

광고에는 다양한 광고가 있습니다. 어딜 가나 눈에 잘 뜨이는 곳에 광고탑이 있지요? 광고업으로 보면 오래된 광고 방법이지요. 그런 광고탑을 만드는 등 광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에버랜드, 과천서울대공원, 현대엘리베이터, 고속도로 등등 큰 공사를 많이 따서 동종업계에서 매출이 제일 많았던 때도 있습니다. 젊은 시절 전국을 다니며 광고 간판 계약을 했습니다. 간판이 있는 곳이면 면 소재지에도 가곤 했습니다. 지금은 컴퓨터로 출력하는 걸 예전엔 손으로 다 그리고 쓰고 했으니까요.

언제부터 그 일을 하셨어요? 어릴 때 그림 소질이 있었나 봅니다.

처음에는 그림으로 광고를 하는 일을 했습니다. 예전에 극장 입구에 상영하는 영화 그림 보신 적이 있지요? 멀리서도 잘 보이는 상호 간판도 보셨지요? 그런 걸 그리는 일로 광고업에 뛰어들었다 할 수 있습니다. 풍기 남원천교 옆 아파트 벽 인삼 그림은 제가 재능기부했지요.

중학교 때 조영주 선생님의 지도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저는 그림을 그리기 전 글씨 쓰는 연습을 했습니다. 그림 그리는 취미가 어릴 때부터 광고 일을 시작하게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렸을 때 줄 타고 영화 간판을 그리는 걸 보았습니다. 보는 제가 오금이 저리던데요(함께 웃음).

70이 넘은 지금 그 일은 일감이 있어도 못합니다. 줄을 타며 그림 그리기.. 당시엔 젊었고 그 일을 하고 싶기도 했었답니다. 그 그림을 보고 사람들이 감탄하면 기분도 좋았고요. 순수 미술은 아니지만 내가 만든 작품을 남들이 보고 좋다니 저도 좋았습니다.

광고탑을 만드는 일도 나이의 영향을 받을 것 같은데 대단합니다.

이젠 둘째 아들이 책임을 맡아 합니다. 아들에게 다 넘겨주었습니다. 대표도 제가 아니라 이젠 아들입니다. 저는 옆에서 돕고 있지요. 젊은 사람이 보는 눈도 다르고요.

가족여행

뿌듯하시겠습니다. 둘째 아들이 가업을 승계하니 든든하시겠습니다. 카톡의 사진을 보니 손자녀 중 삼둥이가 있던데요?

저는 아들만 셋인데 셋째 아들이 삼둥이를 낳았습니다. 손자 셋이 한꺼번에 태어났습니다. 카톡의 사진은 좀 어렸을 때의 사진인데 지금 초등학교 5학년입니다.

셋째 아들네가 고생했겠네요. 조부모로서도 신경이 쓰였겠습니다.

아들네가 혼자서는 삼둥이를 키우기 힘듭니다. 밥 먹여야지, 목욕시켜야지, 다칠까 계속 신경써야지... 그 아이들이 홀로 수저 사용할 때까지, 그러니까 4년 정도 우리가 키워주었어요. 아내가 고생을 많이 했지요. 셋째 아들네랑 20분 거리에 살고 있으니 왔다 갔다 했습니다. 아내가 오늘도 반찬 갖다주고 왔습니다.

옛날엔 손자녀는 조부모가 육아도 돕고 가정교육도 담당하곤 했는데 현대에 와서 그런 옛 모습을 보이셨군요.

그런 셈이지요. 젊은이들이 직장 생활을 하며 아이들을 키우기 힘든 시대잖아요. 첫째 아들의 아이도 우리가 돌봐 줬어요. 첫 손자이기도 해서 관심이 더 쏠렸어요. 셋째 아들의 삼둥이도 우리가 돌보았는데 둘째 아들의 아이들은 딸만 둘인데 돌봐주지 못했어요.

농담인지 섭섭하다고 하더라고요(함께 웃음). 둘째 아들의 아이들은 사돈이 키워주었어요. 100일 된 걸 데려다 5살까지 사돈이 돌보셨지요. 벌써 올해 고등학교 입학하는군요. 우리 손자녀들은 조부모들이 키워서 그런지 과자도 좋아하지 않아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한국 건강식을 해서 그런가 봅니다.

멋진데요. 현대식 조손교육의 효과를 보셨군요. 혹시 삼둥이는 싸우지 않나요?

20초 먼저 태어난 놈이 형 역할을 잘하더라고요. 뭐든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20초 동생들은 또 형 말을 잘 따르고요. 기특해 죽겠어요(함께 웃음).

그동안 고향에서 자주 뵈었습니다. 근일 중 오실 계획이 있나요?

3월 중에 갑니다. 봉현면에서 어르신들의 장수 사진 찍어 드리려고 합니다. 봉현면 이장협의회장의 요청이 있었어요. 현재 일정 조율 중입니다. 3월 9일 재경금계중학교동문회 산행 시산제 지낸 후 일정 잡아 어르신들 사진 찍으러 갈 겁니다. 주로 일요일에 하니 네다섯 번에 걸쳐 이장협희회장이 일정 조율한 것에 맞추어 각 마을 경로당에 갑니다.

영정사진이라 하지 않고 장수사진이라 하시는군요. 시간도 많이 들고 힘들지 않나요?

사진 찍는 걸 좋아합니다. 고향에 무언가 보탬이 된다는 게 즐겁고요. 어르신들 사진 찍기 전에 화장도 하고 옷도 새로 입게 합니다. 그래서 미리 화장품과 한복, 중절모를 챙겨 갖고 갑니다. 사진 찍은 뒤에는 검버섯 지우기 등 뽀샵도 합니다(함께 웃음). 뽀샵은 금계중학교 후배 김동섭이 잘합니다. 몇 년 전 풍기읍에서 이미 해본 일이라 잘 될겁니다.

재경금계중학교동문회 신년회 

이미 같은 봉사활동을 하셨었군요?

금계중학교 재경동문회의 봉사활동으로 풍기에서 어르신들 장수사진 찍었습니다. 2015년인가 제가 금계중학교 재경동문회장으로 취임했던 해입니다. 그때 메르스로 비상 걸렸던 해로 기억합니다. 후배 김동섭과 배계월이 같이 봉사했습니다. 고맙지요. 대단한 후배들입니다. 그때 풍기읍 이장협의회장이던 명재철이 우리 밥도 사며 각 마을의 협조를 받아주었습니다.

풀 뽑다 오신 분도 있고 전지하다 오신 분도 있었습니다. 어르신들 화장도 하고, 한복 입히고, 조명도 하며 사진 찍으면 우리 손을 잡고 고맙다는 말을 연신 하시던 어른들이었습니다. 풍기 제일교회에 노인대학이 있는데 거기서도 사진을 찍어드렸지요. 동양대에서 고맙게도 사각모와 학사복을 빌려주었습니다.

경비도 많이 들텐데 대단합니다. 고향 관련 모임 활동도 많이 하시지요?

사진은 우리 공장의 광고물 제작 기계로 하면 되니까요. 틀만 사면 되지요. 고향 관련 모임은 현재 재경영주시향우회 부회장 겸 산악회장을 하고 있습니다. 재경금계중학교 동문회장과 산행대장, 풍우회 부회장을 했습니다. 고향 관련 모임은 맡은 일이 없어도 참석했습니다.

최근 재경영주시향우회 산악회는 2월 22일 불암산에서 시산제를 했습니다. 윷놀이하며 배꼽 잡았습니다. 1위 부석팀, 2위 장수팀, 3위 풍기팀이었습니다. 풍기초등 동기인 유튜버 최태현 (초이타이현)이 동영상을 찍었지요.

재경영주시향우회 EVEREST BASE CAMP 트래킹 원정대(2024년 11월)
재경영주시향우회 산악회원들과 소백산도 걷고 인삼축제도 참가하고(2024년 10월)

풍기초등학교를 나오셨군요.

지금의 풍기중학교 근처에서 태어났어요. 풍기초등학교, 금계중학교, 풍기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풍기고 다니다 아버님 결정으로 1973년도에 서울로 가족 이사를 했습니다. 지금 고향에 사는 부모형제는 없습니다. 아버님이 장사를 하셔서 경제적으론 어렵지 않았습니다. 90대 어머니도 서울에 계시지요. 아내가 반찬 챙기고 목욕시켜 드리고 그럽니다.

부인이 효부십니다. 가족이 모두 떠나면 고향과 멀어진다는 말도 있는데요.

아내에게 고맙지요. 저도 처가에 잘하려고 합니다. 장모님께 잘한단 말을 듣습니다(함께 웃음). 고향에는 지금도 외가 사람들이 많습니다. 처가는 봉현면에 있고요. 자주 만나는 친구들도 고향을 지키고 있습니다.

지역소멸이 우리나라 문제 중 하나입니다. 영주시도 그런 고민이 큽니다.

고향의 특성을 살리는 노력을 재향인과 출향인들이 했으면 합니다. 저도 인삼을 활용한 인삼명태 사업을 준비 중입니다. 고향의 선후배, 출향인과 재향인이 같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고향의 새로운 특산품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명태수입선도 정하고 품질 연구도 전문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농촌 일손 해결과 인구문제 해결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인력 수입도 필요할 겁니다. 변명식 선배님이 미얀마와 접촉하고 있는 걸로 압니다. 코로나 펜데믹 후 풍기발전포럼의 동력이 약화되었는데 이런 경제활성화 노력을 민관이 다시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박준호 회장 프로필>

- 풍기초등학교

- 금계중학교

- 풍기고등학교

- (현) 광고업(10대 후반 시작한 평생 업)/ ㈜대흥애드컴

- (현) 재경영주시향우회 부회장 겸 산악회 초대 회장

- (역임) 재경 금계중학교 총동문회장

          재경 금계중학교 산행대장

          풍우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