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애향인 인터뷰 [111] 사단법인 나은내일연구원 황기돈 이사장의 나의 살던 고향은
고용과 노동 연구 40여년,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다
여느 지방 중소 도시처럼 영주도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어 지방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당국이 각종 인구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구증가 정책이 출산장려와 귀농 귀촌 운동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귀향운동으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머물고 있는 지역 출향인은 대략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에 본지는 이들 출향인이 은퇴 후 자신이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쌓아온 경륜을 귀향을 통해 고향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애향인 인터뷰를 마련했다. 이번 애향인 인터뷰를 통해 인구증가를 위한 귀향정책과 지역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편집자 주>
상고 졸업 후 은행 근무... 주경야독 대학 생활 후 독일 유학
한국고용정보원의 조직 및 역할 확대의 주역
대한광복단기념사업회 이사로 활동하다 최근 수석부회장 선임
(사)나은내일연구원 이사장 황기돈 박사는 경제학자이다. 독일 브레멘대학교에서 경제·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사람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고용과 노동 연구로 40여 년을 보냈다.
‘사람의 삶의 질 향상’은 선비들의 비전이기도 하니 흥미롭다. 그의 주요 연구 분야는 지역정책, 산업전환, 고용 및 노사관계이다. 현재 울산지역의 산업 변화와 활성화를 위한 인력수급, 인력양성, 고용 실태 및 방안에 관한 조사와 연구 및 정책 제언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를 비롯한 유력기업의 노사관계 및 고용문제를 자문하고 있으며,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위원으로 한국의 노사관계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황기돈 이사장은 한국고용정보원이 지금처럼 국가적 인력수급을 예측하고 정책을 제시하고 관련 교육을 하며, 직업 관련 큰 여러 역할을 하기까지 그의 손길을 거쳤다. 그는 일제 강점기 무장독립운동을 시작한 대한광복단을 기념하는 기념사업회 이사로 최근 총회에서 수석부회장으로 선임된 그를 재경영주시향우회 모임에서 만났다.
친구들도 대부분 퇴직하셨지요? 이사장님은 요즘 어떠세요?
교육용 교재 쓰는 게 있고 칼럼 쓰고, 주요 기업들 노사관계 조정하느라 조금 바쁩니다.
지금도 현역과 같은 활동을 하시는군요. 대단합니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어떤 일을 주로 하셨는지요?
제가 한국고용정보원에 조인했을 땐 작은 조직이었습니다. 지금과 같은 큰 국가 기관으로 되기까지 전체를 기획하고 추진했습니다. 특히 연구 쪽의 전반적인 기반을 닦았습니다. 제가 처음 조인할 때 전체 직원이 약 90명 정도였는데 제가 퇴직할 땐 400명 이상 되었습니다. 기획조정실장과 연구본부장을 겸임하면서 조직 전체 설계와 연구 분야 설계가 제 업무의 두 축이었습니다. 연구본부장은 퇴직 시까지 담당했습니다.
고용정보원에 들어가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노동교육원에 있었습니다. 처음 교수로 들어갔습니다. 나중에 사무총장을 맡아 일했습니다. 그 뒤 약 1년간 제 개인적 안식년을 갖고 있는데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도와달란 요청이 있어 조인했습니다.
화제를 고향으로 옮기겠습니다. 고향이 풍기 금선정마을이라 하신 걸로 압니다만?
본적만 금선정마을이고 실제 태어난 건 영주 시내 휴천동입니다. 영주동부초등학교를 나와 영주중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중학교 졸업 후 서울로 가서 경기상고로 진학했습니다.
당시 가정 형편상 공부 잘한 학생들이 상고와 공고로 진학하던 때이군요?
공부를 잘 하지는 못했고요(함께 웃음). 당시 가정형편이 좋은 친구들이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상고 졸업 후 은행에 취업했습니다. 은행에 다니면서 경희대 야간부로 대학 공부를 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 독일 유학을 가셨나요?
교련 학점 인정 논란 때문에 4년 과정을 마치고도 경희대 졸업을 못해 독일 가서 대학을 다시 다녔습니다. 일부 학점 인정은 받았습니다만 독일에선 학부 신입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유학을 떠날 당시 독일어를 잘 하지 못하면서 학비 부담 없다는 점만 생각하고 무작정 유학을 떠났습니다.
요즘 학생들은 그걸 무모한 도전으로 보겠는데요(함께 웃음). 고생하셨겠습니다.
당시 나이 서른에 가까웠습니다. 거기 가서 일하며 공부했습니다. 생활비는 벌어야 했으니까요. 그 와중에 가난한 유학생끼리 만나 결혼도 하고 아이들도 거기서 태어났습니다. 박사학위까지 햇수로 12년 정도 걸렸지요. 제 별명이 ‘공부도 하는 사람’일 정도로 공부만 할 수 없었습니다. 독일 통일을 비롯해 세상을 변화하는 데 두루 관심이 많아서였습니다. 지나고 보니 ‘공부도 한 사람’이어서인지 공부만 한 사람이 못 보는 시각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아하.. ‘공부도 하는 사람’이라서 신선한 아이디어도 가질 수 있단 것이군요. 어쨌든 힘들게 공부하셨군요. 그렇지만 자녀들이 독일어를 잘하는 부가 소득이 있지 않나요?
딸은 독일어를 잘하는데 아들은 어려서 귀국했는지라 독일어를 다 잊어버리더군요. 그런데 독일어 잘하는 딸은 별로 어학을 활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독일어 까먹은 아들은 독일로 유학을 가 있습니다.
고향은 지역 소멸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지역 연구도 하시지요?
지역 밀착형 고용 및 실업 대책이 이미 디제이(DJ) 시절에 있었습니다. 지역의 특성을 살려야 합니다. 지역밀착형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현재 중앙정부에서 그런 점에 중점을 두지 못하고 있어 아쉽습니다. 고향도 실업 문제가 있는 걸로 압니다. 고향의 특성을 살린 지역 고용 대책 연구를 해야 합니다. 인력 수급과 실업 대책 모두 이에 포함됩니다. 관련 연구를 하고 지역고용학회장을 역임하며 더욱 관심을 가진 분야이기도 합니다.
현재 울산 지역 연구 관련 기관을 맡고 계시지요?
네. 사단법인 나은내일연구원 이사장으로 있습니다. 한국고용정보원 정년퇴직 후 (사)나은내일연구원 원장으로 취임했다가 현재 이사장으로 있습니다. 울산시의 일자리재단을 기획하고 만들어 활동을 잘하는 걸 보았는데 현 울산시 집행부에서 페지했습니다.
국가기간산업이 많이 있는 울산시의 특성을 감안해 집행부가 바뀌어도 승계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현재 중앙정부의 관심 부족으로 전국의 직업상담사들이 일자리를 잃어버리는 사태까지 일어나 문제인 것과 맥락이 통합니다.
대한광복단기념사업회 이사로 활동하시지요? 지역에 사는 사람으로 감사합니다.
대한광복단기념사업회 이사로 활동했습니다. 제가 영주 출신이고 대한광복단이 자리했던 풍기가 본적으로 되어있는 점이 감안되었나 봅니다. 최근 총회에서 수석부회장으로 선임되어 어깨가 무겁습니다. 고향이 독립운동의 큰 물줄기를 만든 곳이라 제 자랑이기도 합니다. 현 회장인 정윤선 박사는 고향 출신이 아님에도 열정적으로 대한광복단을 기리는 일에 매진하고 영주시 전역의 독립운동사에 대해 연구도 하시니 고맙기도 합니다.
고향을 지키는 형제분이 있는지요?
제 위로 누님만 세 분입니다. 한 분은 고향 바로 옆인 예천에 계시고 자형이 목사로 활동하십니다. 다른 누님들은 서울에 살고 있습니다. 부모님은 타계하신 지 오래되었습니다.
선비를 상징하는 매화가 영주에서는 온실 속에서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다음 주 영주의 한국선비매화공원의 매화분재원 속 여러 종류의 매화가 만개할 듯합니다. 한번 오시지요.
저도 가보고 싶습니다. 현재 써야 할 논문이 세 개인데 빨리 마치고 누님들을 비롯 다른 사람들과 연락을 해서 일정을 잡아야겠군요.
영주 귀향을 권합니다. 물론 현재 일도 바쁘시겠지만(같이 웃음).
당장은 지금 벌려 놓은 일들이 많습니다만 저도 귀향을 생각합니다. 현재로선 제가 아니면 안 되는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합니다. 사실 지금까지는 그 문제를 집중적으로 생각해 보진 않았습니다. 그걸 찾으면 더 빨리 귀향할 수도 있습니다.
끝으로 고향을 위해 한 말씀 부탁합니다.
잘 모르면서 구체적 이야기를 하긴 그렇고... 영주시를 종합적으로 보고 연구하는 시정연구원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 전국 최고이던 산품이 이젠 밀려나는 것 같아 안타깝고요. 전국 최고가 밀려날 정도이면 새롭게 최고로 만드는 건 더 힘들 수 있습니다. 또... 선비정신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고향의 활력을 저하시키지 않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청와대에서 삶의질향상기획단 기획조정실장으로 일할 때 직업공무원들에게 사무실에만 붙어있지 말고 현장에 가보라고 자주 강조했습니다. 현장에서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 정부정책에 대해 뭐라고 비판하는지 파악해, 대책을 마련해서 대통령에게 보고, 시행하는 실사구시정신이 중요하거든요.
< 황기돈 이사장 프로필 >
- 영주동부초등학교, 영주중학교
- 경기상업고등학교
- 경희대 중퇴
- 독일 브레멘대 경제·사회학 박사
- (역임) 한국노동교육원 교수
대통령비서실 ‘삶의질향상기획단’ 기획조정실장
한국고용정보원기획조정실장, 연구본부장
(사)나은내일연구원 원장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
(재)청년재단 이사
- (현) (사)나은내일연구원 이사장
대한광복단기념사업회 이사(수석부회장 선임)
중앙노동위원회 조정담당 공익위원
- (저서) 『한국의 노동과 윤석열 정부』, 『자동차산업 전환에 대응하기 위한 노사전략 과 고용전환지도(공저)』, 『디지털화에 따른 경제사회 변화와 대응전략Ⅰ,Ⅱ (공저)』, 논문 다수
- (수상) 대통령 표창(노사협력 증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