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의 시영아영[149] 바이올린 탄생
김경미(시인)
2025-01-10 영주시민신문
바이올린 탄생
-정나래
나무토막을
장인의 손이
어루만집니다.
나뭇결을
두드리고 쓰다듬고
달랩니다.
나무는
바람과 놀던 기억
새들과 이야기하던 기억
다 내려놓습니다.
노래를 위해
가문비나무라는 이름까지
내려놓습니다.
-탄생의 공식
모든 것은 생존의 이유가 있고, 적절한 쓰임이 있습니다. 그 이전에 탄생을 위한 도전과 버팀의 시간이 있습니다. 그렇게 탄생을 위한 모든 순간이 모여 달뜬 기다림을 밀어줍니다.
바이올린도 그랬겠지요. 숨을 불어넣어 줄 장인의 손이 나무토막을 어루만지는 순간부터, 하염없이 깎여 나갈 각오를 다짐합니다. 출생을 끄덕이는 동안 맥이 뛰기 시작하고, “나무는/ 바람과 놀던 기억/ 새들과 이야기하던 기억”과 “가문비나무라는 이름까지/ 내려놓”는 고통을 감수합니다. 그동안 장인은 무엇도 들이지 않고, 무엇도 가두지 않습니다. 좋고 나쁨을, 욕심과 불안한 감정을 추가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탄생하는 것에 부여된 의지와 혼신만 오롯이 내어줍니다.
굴곡을 통과한 시간을 다듬은 후, 나무가 그랬던 것처럼 장인도 집착을 내려놓습니다. 그렇게 탄생의 순간이 두근거립니다. 따끈한 핏덩이 앞에, 축복을 표한 뒤 자세를 낮추는 것은 내일을 약속할 도리의 몫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