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의 시영아영[148] 새해 첫 기적
2025-01-04 영주시민신문
새해 첫 기적
-반칠환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 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속도에 대한 명상
세상은 날아다니는 황새들로 가득합니다. 그 이면엔 이끼를 허락한 채 움직이지 않는 바위도 참 많습니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를까요? 잣대를 들이대기에 따라 다 다르겠지요. 황새는 황새답게, 말은 말답게, 거북이는 거북이답게, 달팽이는 달팽이답게, 굼벵이는 굼벵이답게, “바위는 앉은 채로” 각자에게 맞는 보폭으로도 “새해 첫 기적”은 일어납니다.
기어서 왔든 날아서 왔든 모양이 다르고 걸음이 달라도, 각자의 속도에 집중하다 보니 새해라는 축제에서는 모두가 기적의 주인공이 돼 있어요. 닿고자 하는 마음과 방향만 잘 살핀다면, 속도를 갈구하지 않아도 다소 느려도 괜찮지 않을까요? 촌각만 다투었던 삶을 수정해가며, 질투하지도 포기하지도 않는다면요.
‘비교는 어제의 나 자신과 하라’는 말처럼 자기를 아는 것, 본인의 속도대로 꾸준히 나아가는 것! 그게 기적을 이룰 참된 씨앗이라 생각합니다. 나는 나답게 너는 너답게 각자의 꿈을 꾸며 새로이 시작하는 2025년을, 격하게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