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의 시영아영[144] 겨울 약속
김경미(시인)
2024-12-06 영주시민신문
겨울 약속
-김현태
첫눈이 오면 만나자고 했던가요
누구나 상처 하나쯤은 간직한다고
우리가 나눈 것은 차라리 사랑이라고
그대가 남기고 간 눈빛 하나에
나는 여태 오도 가도 못하고
겨울나무 곁에 서성입니다
함께 나눈 나날을 돌이켜 보면
눈물에 투영된 그대 모습이 전부이지만
그래도 자꾸만 그리워지는 것은
아마도 약속 때문이겠지요
첫눈이 오면 다시 만나자고 한
그대도 없이 하염없이 눈이 내리고
강가에 내려앉은 산 그림자마저
겨울잠을 자는데 그대는 오지도 않고
나는 또 한 그루 겨울나무가 되어갑니다
-첫눈에 기대다
첫눈 오는 날 어디 어디서 만나자 해놓고, 여태 못 지킨 약속, 다들 있지요? 이런저런 이유로 놓쳤던 기억을 소환해 낸 첫눈이 지난주에 와 주었어요. 펑펑, 엄청나게 많이요. 올해는 첫눈 오는 날 만나자는 그 약속을 지킨 두근거림은 얼마나 될까요? 지키지 못한 안타까움은 또 얼마나 될까요?
겨울의 언어 첫눈은, 겨울의 약속입니다. “여태 오도 가도 못하”는 절박의 마음으로 설설 뛰어내리는 꽃송이. 텅 비었던 겨울 하늘이 한꺼번에 쏟아내는 하얀 맥박. 그 어깨너머로 또 다른 누군가는 나와 같은 마음으로 하늘을 보고 있을까요? 아직 수줍은 어른 왕자로 “또 한 그루 겨울나무가 되어”가고 있을까요?
“첫눈이 오면 다시 만나자고 한/ 그대도 없이 하염없이 눈이 내리고” 그리움 지우고 지워도 지금쯤은 더 그리운 사람, 당신은 누구에게 첫눈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