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의 시영아영[143] 접기로 한다

        접기로 한다

                              -박영희

요즘 아내가 하는 걸 보면

섭섭하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하지만

접기로 한다

지폐도 반으로 접어야

호주머니에 넣기 편하고

다 쓴 편지도

접어야 봉투 속에 들어가 전해지듯

두 눈 딱 감기로 한다

하찮은 종이 한 장일지라도

접어야 냇물에 띄울 수 있고

두 번을 접고 또 두 번을 더 접어야

종이비행기는 날지 않던가

살다 보면

이슬비도 장대비도 한순간,

햇살에 배겨나지 못하는 우산 접듯

반만 접기로 한다

반에 반만 접어보기로 한다

나는 새도 날개를 접어야 둥지에 들지 않던가

-이런 이유, 그래서 당신

모든 걸 다 펼쳐서 드러내면 전쟁입니다. 훈수와 잔소리 사이에 껴있는 상실이라는 형편. 부딪혀야 사는 맛이 난다고도 하지만 가끔은 접는 게 진리일 수도 있습니다. 몸에 큰 옷을 입고도 밑단을 접어 올릴 줄 모르는 것처럼 답답해 보이는 것도 없으니까요. 관계의 무너짐도 너무 빳빳한 것에서부터 시작되기도 하잖아요.

그렇게 배워갑니다. 너그럽게 접는 게 펴는 것이라는 걸요. “지폐도”, “다 쓴 편지도”, “하찮은 종이 한 장”도, “나는 새의 날개”도 접어야 편해집니다. 끝없이 펼쳐서 드러내기보다 반으로 접고, 또 반으로 접다 보면 제대로 펼쳐지는 순간이 오니까요.

이 시를 읽은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한 수 접으면 두 수 펴진다는 것쯤은 다들 알고 있잖아요. 다만, 그놈의 자존심 때문에… 사소한 부딪힘에 놓일 때면 반쯤 접어보는 이런 마음,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