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의 시영아영[141] 달팽이 택시
김경미(시인)
달팽이 택시
-김순진
달팽이 택시가 달리고 있습니다
시속 5m, 어찌나 빨리 달리는지 구름이 휙휙 지나갑니다
나뭇잎도 여러 장 휘날립니다
영업시간은 풋고추 붉어지는 시간과 같습니다
민달팽이도 용달영업을 위해 도로에 나왔습니다
안테나를 두 개나 세운 네비게이션이 고장났는지
택시가 자꾸만 같은 동네를 맴돕니다
도로를 뜯어먹고 앞으로 나아가는 택시
달팽이 택시는 도로가 주유소입니다
배추 위를 달리는 택시에 탄 잠자리 한 마리
멀미를 하는지 눈동자가 뱅뱅돕니다
-느린데 느리지 않은
“시속 5m”가 빠른 속도라는 달팽이의 행동반경을 생각합니다. 미끄럽고 더딘 걸음이지만, 방향성을 잃지 않고 나아가는 달팽이. 단순한 듯해도 주어진 조건에 순응할 줄 아는 달팽이는, 태어날 때부터 집을 가져서인지 그저 빈집 하나만으로 행복한 삶을 삽니다.
“도로를 뜯어먹고”, “도로가 주유소”인 달팽이처럼 뱅뱅 돌기만 하는 우리네 삶도 달팽이의 일생과 별반 다를 게 없겠지요. 욕심과 질투를 넣는 욕망 주머니만 가볍게 가진다면요. 배기량 넓고 화려하게 꾸민 고급 택시보다, 텅 비었지만 안달하지 않는 달팽이 택시를 타보는 것도 참 괜찮을 듯합니다. “멀미하는 잠자리 한 마리”랑 함께요.
위 작품은 동시일까요, 시일까요. 동시면 어떻고 시이면 또 어떨까요. 어른들이든 아이들이든 즐겁게 읽고 무릎 한 번 탁! 치면 되잖아요.
달팽이 택시를 타려면 비 오는 날 배추밭에 나가서 손을 흔들어야 한다고 시인은 말했다지요. 한 편의 동화 같은 천진난만 달팽이 택시, 삶의 지혜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