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의 시영아영[140] 희망에 대하여 -사북에 가서
김경미(시인)
희망에 대하여
-사북에 가서
이상국
그렇게 많이 캐냈는데도
우리나라 땅속에 아직 무진장 묻혀있는 석탄처럼
우리가 아무리 어려워도
희망을 다 써 버린 때는 없었다
그 불이
아주 오랫동안 세상의 밤을 밝히고
나라의 등을 따뜻하게 해주었는데
이제 사는 게 좀 번지르르해졌다고
아무도 불 캐던 사람들의 어둠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게 섭섭해서
우리는 폐석더미에 모여 앉아
머리를 깎았다
한 번 깎인 머리털이 그렇듯
더 숱 많고 억세게 자라라고
실은 서로의 희망을 깎아 주었다
우리가 아무리 퍼 써도
희망이 모자란 세상은 없었다
-어느 미친 절망에게
날마다 모른 척하며 지냈습니다. 어질러진 내 방처럼, 남들은 모르는 당신에게 자주 엉키곤 했지요. 생각해보면 당신과 엉킨 게 아니라, 포개어 살고 있는데 말이죠. 당신 뒤에 쌓아 둔 예민만 주워 먹으며, 많이도 구르고 기다리면서 포복처럼 살았어요.
그런 사람이었어요 나도… 낯가림이 심하다는 핑계로 가까이 한 건 당신밖에 없었잖아요. 그러나 이제야 깨달았어요. 내가 곁을 내주지 않았다는 걸요. 그도 당신도 실체가 아닌, 마음가짐에 달린 것이란 걸요.
옛날을 들추다가 사북까지 가 본 건 우연이었을까요? “그렇게 많이 캐냈는데도”, “무진장 묻혀있는 석탄처럼” 아직 다 마르지 않은 그를 만났어요. 검은 눈물로 캐내고 버텼을… 살가운 얘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자신 먼저 믿어보라는 따뜻한 그의 격려를 들은 것도 같아요. 겨울 문턱으로 들어서는데도, 등이 시리지 않았던 걸 보면요.
그런데 그곳에 카지노가 우뚝한 건, 역설일까요? 또 다른 당신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