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의 시영아영[129] 풍경

김경미(시인)

2024-08-17     영주시민신문

            풍경

                                    -박희순

 

물고기 한 마리를 샀어요

물이 없어도 사는 쇠로 된 물고기예요.

 

지붕 바로 아래

외줄 끝에 매달아 놓았더니

 

푸른 하늘 속에서

찰랑찰랑 물소리를 내며 놀아요.

 

하늘이

바다인 줄 아나 봐요.

 

-첫소리 그대로 하늘인 듯 바다인 듯

바다에 사는 물고기들은 큰 파도 작은 파도를 타며 놀고요. “지붕 바로 아래/ 외줄 끝에 매달”린, “쇠로 된 물고기”는 하늘이 낯설지 않나 봐요. 바람이 바다보다 친근한지 큰 바람 작은 바람과 어울리며 놀아요. 서로 서로의 가치를 높여주면서요. 그렇게 하늘과 바람으로 적당히 빚은 풍경 소리는 나무와 새와 꽃들을 거쳐, 진짜 물고기들이 사는 바다까지 닿겠지요.

이 동시는, 구색 다 갖추고도 빈자리 휑한 것들이 많은 요즘에 나지막이 마음 내리는 “찰랑찰랑 물소리”가 온몸으로 스며들게 해요. 소음 가득한 세상에 살면서 어떤 소리도 남기지 못한 마음에 말이에요. “하늘이/ 바다인 줄 아”는 친구가 내는 풍경 소리 따라서 바다의 물고기들이 다 몰려올 것도 같아요.

‘먼 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 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는 정호승의 시구도 맞춤처럼 떠오르지 않나요? 어느 날 우리 곁에 풍경 소리 점점 맑아지면 끊임없이 우리를 생각하며 발을 내딛는 바람이 있다는, 사랑이 있다는 것도 한 번쯤 기억하게 하는 마력이 있어요. 이 동시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