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의 시영아영[126] 소음의 심리학

김경미(시인)

2024-07-19     영주시민신문

        소음의 심리학

                                     -임태진

 

살다 보면 가슴이 철렁할 때가 있지

층간소음 때문에 벌어진 살인 소식

소음을 참지 못하고

칼 휘두른 독거청년

 

살다 보면 가슴이 울컥할 때도 있지

층간소음 때문에 전해진 미담 소식

소음도 위안이 된다며

쪽지 보낸 독거노인

 

생각하면 소음이란 아주 작은 불씨였네

더운 가슴 태우고 시린 가슴 데워주는

원초적 그리움 같은 것

그러안고 살아가는

 

-의식의 앞뒤

빙빙 꼬아 돌리지 않고 한 방에 먹였네요, 이 시조는요. 같은 상황, 다른 대처를 선명하게 표현했습니다. 시적 몽상이나 낭만적인 역설 없이도 확 와닿지 않나요?

“독거”라는 방석이 딱 한 끗 차이로 다른 인심을 냈습니다. 듣는 소리 없으면 시비도 생기지 않겠지만, 없는 소리까지 찾아내는 게 또 현실이기도 합니다. “소음이란 아주 작은 불씨” 정도는 아예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람, 고만고만하게 견디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탱크 소리보다 더 크게 의식하는 사람도 물론 많으니까요. “소음을 참지 못하”는 사람도, “위안이 된다”는 사람도 다 이해됩니다. 다만, 바탕에 깔린 의식의 색깔이 가슴을 철렁하게도 울컥하게도 만듭니다.

끈적이는 장마 사이로 초복이 지났습니다. 삼복 동안은 무더위도 절정을 이루는데요, 그만큼 사람들 감정도 예민해지겠죠? 뉴스 보기가 살짝 겁나기도 하는… 그런들 어떡하겠어요. 이런들 또 어떡하겠어요. 맺어질 인연이 있으면 틀어질 인연도 있는 거잖아요.

“그러안고 살”, “원초적 그리움 같은 것”을 만나려고 부어오른 한여름을 견디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