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의 시영아영[117] 여름, 앵두

김경미(시인)

2024-05-17     영주시민신문

        여름, 앵두

                                -최휘

 

앵두가 온다

나는 앵두다 소리치며 온다

다다다다 다 같이 뛰어온다

 

온몸에 땡볕을 널어놓고

온몸에 빨강을 칠해 놓고

 

홍홍 웃으며 매달려 있는 앵두

츱츱 침이 고이는 앵두

 

앵두야 하면

응응응응응응

대답하며 달려오는 앵두

 

-앵두의 근황

봄의 연두와 초록을 넘어 “온몸에 땡볕을” 넌, “온몸에 빨강을 칠”한 앵두가 가지가 휘도록 익어가고 있습니다. 땅에 닿을 듯 늘어진 앵두를 따 먹던 그때부터, 잠들었던 유년이 다닥다닥 되살아납니다. 혀 안에 배어드는 새콤달콤한 맛. 앵두를 바라보는 두 눈이 말랑해지고, 앵두를 문 입이 연하게 웃습니다.

앵두 하나 끌고 와서 물음 하나 던져 봅니다. 앵두 한 알 입에 물고 생떼도 한 번 부려봅니다. 우물가에, 마당 한 귀퉁이에 어김없이 서 있던 예전과 달리, 우물가도 마당도 보기 드문 지금은 앵두나무조차도 추억을 소환하는 사물로 남게 되는 걸까요. 동시 속 앵두만 “나는 앵두다 소리치며” 뛰어와서 조르륵 매달리니까요.

피천득 수필가는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라고 했지요. 앵두 같은, 어린 딸기 같은 아이들이 5월 속에 서 있습니다. 5월을 지나는 아이들 마음속에는 또 무엇이 저토록 빨갛게, 어깨동무한 친구처럼 익어가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