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의 시영 아영[103] 책 속 주인공도 자란다
김경미 시인
2024-02-01 영주시민신문
책 속 주인공도 자란다
-장석순
작년에 봤던
어린 왕자.
다시 읽었더니
그때와는
느낌이 다르다.
그동안
감추었던 마음
하지 못한 말
내게 털어놓는 어린 왕자.
못 본 사이
어린 왕자가
훌쩍 자랐다.
-그 봄날로 돌아 가
팽팽한 긴장으로 옷깃의 매무새를 점검하며 살다가, 브레이크 타임에 마시는 한 잔 희망처럼 낙낙해집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은 꽁무니를 남기고 눈물이라는 증거도 없이 사라졌지만, 마냥 어리게만 보였던 어린 왕자가 다 자란 어른이 되어 어깨를 내어 주네요. 별채처럼, 사랑방처럼요.
돌아선 친구 대신, 토라진 동료 대신 “그동안/ 감추었던 마음/ 하지 못한 말/ 내게 털어놓는 어린 왕자”가 한 번 더 굽어보는 마음으로 우리를 키우고 지켜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몸을 치장하기 위해 좋은 옷을 골라 입듯, 아픈 영혼을 치유하는 방편으로 약 대신 집어 든 한 권의 동화책 속에서요. 그렇게 “못 본 사이” 함께 자라면서 말이에요.
동시나 동화를 자칫 어린이만 읽거나, 그들만을 위한 장르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습니다. 어린이의 접근이 당연하고 그들이 주로 읽긴 하지만, 오히려 어른이 더 많이 읽어야 할 것도 같아요. 과욕과 허위의 소용돌이에 빠져 잃어버린 순수를 천둥 같은 깨달음으로 찾게 한 다음, 다 비워낸 맑은 마음으로 상상의 강과 숲으로 들어서게 하는 것이 동시와 동화이기도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