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의 시영 아영[99] 낭만 실조

김경미 시인

2024-01-05     영주시민신문

 

     낭만 실조

 

                                            -이훤

 

오늘따라 유독 허기가 졌다

 

황홀을

먹고 싶었다

 

낭만 실조에 걸린 것 같았다

 

날 보고, 네가 웃었다

 

포만감에 숨 쉬지 못했다

 

-새해 첫 기적

날 보고 웃는 ‘네’는 누구일까요? 무엇일까요? 아기, 희망, 연인, 승진, 합격, 되찾은 건강, 갓 결혼한 신혼부부, 화합… 마음 거룩히 띄울 단어를 나열하자면 끝이 없겠지요. 또 각자의 취향, 환경마다 다르겠고요. 무엇이든지 우리를 들뜨게 하고 설레게 한다는 공통점에 닿아있네요. 나를 보고 웃는 너와 눈 맞추며 살아가는 것은 얼마만 한 행복이 될까요?

맥과 흐름만 지킨다면, 시도 때도 없이 불어 닥치는 바람조차 진눈깨비 넘는 봄 향이 되어 사방으로 번지지 않을까요? 굴러서든, 기어서든, 걸어서든, 뛰어서든, 날아서든… 설령 미동 한 점 없어도 한 해의 음절은 그것 자체로 “실조”를 넘는 전진이 될 테니까요.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 첫 기적처럼 말간 해도 떠올랐고요. 그 해와 눈 맞추며 “포만감에 숨 쉬지 못했”을 감동을 마중물 삼아, 모든 순간이 날 보고 웃는 ‘네’를 만나는 한 해가 되길 진심을 담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