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의 시영아영[82] 버팀목에 대하여

김경미 시인

2023-08-31     영주시민신문

버팀목에 대하여

                                  -복효근

 

태풍에 쓰러진 나무를 고쳐 심고

각목으로 버팀목을 세웠습니다

산 나무가 죽은 나무에 기대어 섰습니다

 

그렇듯 얼마간 죽음에 빚진 채 삶은

싹이 트고 다시

잔뿌리를 내립니다

 

꽃을 피우고 꽃잎 몇 개

뿌려주기도 하지만

버팀목은 이윽고 삭아 없어지고

 

큰바람 불어와도 나무는 눕지 않습니다

이제는

사라진 것이 나무를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허위허위 길 가다가

만져보면 죽은 아버지가 버팀목으로 만져지고

사라진 이웃들도 만져집니다

 

언젠가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기 위하여

나는 싹틔우고 꽃피우며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버팀목! 따뜻하고 힘이 있는,

쓰러져 가는 나무와 죽은 나무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많이 기울어질수록 버팀목에 가해지는 무게는 늘어나겠지만, 그 힘겨움만큼 기댄 것은 힘을 얻게 됩니다. 이러한 관계는 인간과 인간, 자연과 자연,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에도 자연스럽게 적용됩니다. 이렇게 이 시는 암시적인 요소와 감정적인 요소를 적절하게 버무려 감동을 줍니다. 그것도 경어체를 사용한 겸손한 표현법으로요.

올 여름은 참으로 가혹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가을입니다. 가을이라서 따르는 필연적인 고통도 있을 수 있겠지만, “산 나무가 죽은 나무에 기대”듯이 쓰라렸던 여름은 풍성한 가을을 위한 버팀목이 될 것을 믿습니다. 어제가 오늘의 버팀목이 되고, 오늘은 또 내일의 버팀목이 되는 것처럼요.

넘어지려는 나를 지금껏 버티게 해준 것도, 크고 작은 버팀목 덕분임을 압니다. 이제는 내 차례입니다. 선선한 가을바람 앞에서 나는 또, 누군가의 버팀목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