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칠 선생과 함께 떠나는 글나라 동심여행[151] 꽃 씨
박근칠(아동문학가)
2023-02-24 영주시민신문
꽃 씨
안현진(봉현초등 6학년)
이제는 꽃씨라는 품안을 벗어나
스스로 싹 틔울 준비를 한다
상처도 나보고 싸우기도 하여
더욱 튼튼하고 굳건한
꺾이면 다시 나고
찢어지면 다시 생기는
그런 꽃이 될 긴 여정을 시작한다
학교라는 화분 안에서
흙부터 차곡차곡 쌓아 오르고
어머니라는 햇빛 아래서
따스한 손길 받는다
장마는 버티고 가뭄도 넘기며
더욱 아름답고 굳건한 따스한
꽃이 된다.
<감상> 지난해 10월 영주시교육삼락회가 주최하고 영주교육지원청이 후원한 학생충효백일장에서 고학년 운문부에 장원으로 입상한 6학년 안현진 학생의 아동시입니다.
〈꽃씨〉란 제목으로 지은 6연 15행의 시입니다. 얼른 보아도 초등학생이 이렇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수준이 높은 시를 썼군요. 꽃씨를 가지고 어떻게 이런 수준 높은 사고를 할 수 있나 잘 읽으면서 같이 생각해 보아요.
싹 틔울 준비를 한 꽃씨는 꽃을 피울 긴 여정에 들어가 꺾이면 일어나고 찢어지면 생기를 다시 찾아 고난을 견디며 때로는 어머니와도 같은 햇빛의 따스한 손길을 받기도 한다고 표현했네요.
온갖 역경을 견디면서 꽃을 피워낸다고 꽃씨의 생명력을 이야기하고, 초등학생을 뛰어넘는 수준이 높은 중학생의 사고까지 생각할 정도의 표현을 하고 있군요. 마지막 연에서 ‘장마는 버티고 가뭄도 넘기며/ 더욱 아름답고 굳건한 따스한/ 꽃이 된다.’는 이 표현만 봐도 그렇군요.
그런데 ‘굳건한 따스한’의 꾸미는 말이 겹치는 표현은 낱말만 썼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