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의 시영 아영[55] 불멍
김경미 시인
불멍
-개미들
-김주경
지금 나는
쿨럭이는 불씨와 대치중입니다
눈 한번 깜빡일 수 없는 초접전의 긴장감
단단히 표정을 굳히고
묵언도 장착합니다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아라’
밑불만 쌓여가는 손바닥 객장에는
쉼 없이 몸을 바꾸는 감정 없는 변곡점뿐
좀처럼 발화되지 않는 온도 미달 쏘시개로
또 하루 저물도록 푸른 한숨 깨물다
우두둑 무릎을 펴 봐도
어깨는 이미 사라졌습니다
-비켜선 주멍
불멍, 물멍, 꽃멍, 비멍이란 단어 자주 들어들 보셨죠? 이제는 사람에게 데였는데 사람에게 위로를 받는 인멍까지 등장하면서 형태도 취향도 다양해졌습니다. 한 곳에 집중하며 멍을 때리다 보면 치유가 되고 위안을 얻습니다.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다고 합니다.
주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식으로 경제적 부를 이룬 사람은 남의 이야기, 쫄딱 망한 것은 내 이야기가 되어도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빠져나오기 힘든 게 주식이기도 합니다. 경제력이 우선인 시대에 살다 보니 돈의 권력을 내려놓기가 쉽지는 않을 테지요. “눈 한번 깜빡일 수 없는 초접전의 긴장감”에 손가락이 굳고 영혼이 가출합니다. 불타는 주식에, 불타는 영혼이 됩니다.
‘불멍’이란 제목을 달고 ‘주식’이란 내용을 넣은 이 작품은 현대인의 두 가지 모습을 절묘하게 배치했습니다. 개미에겐 과도한 긴장으로, 고수에겐 넘치는 자신감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손바닥 객장”의 조바심이 독자들 가슴까지 조여옵니다. 그러다 몇 번쯤은 붉은빛, 푸른빛으로 엉켜 “쿨럭이는 불씨와 대치중”이던 속이 “쿨럭이는 불씨”로 위안을 주기도 합니다. 커피 한 모금 달게 마시게 하면서, 쫓기는 안정에 들게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