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의 시영 아영[54] 다리 저는 사람
김경미 시인
2023-02-10 영주시민신문
다리 저는 사람
-김기택
꼿꼿하게 걷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그는 춤추는 사람처럼 보였다.
한 걸음 옮길 때마다
그는 앉았다 일어서듯 다리를 구부렸고
그때마다 윗몸은 반쯤 쓰러졌다 일어났다.
그 요란하고 기이한 걸음을
지하철 역사가 적막해지도록 조용하게 걸었다.
어깨에 매달린 가방도
함께 소리 죽여 힘차게 흔들렸다.
못 걷는 다리 하나를 위하여
온몸이 다리가 되어 흔들어주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기둥이 되어 우람하게 서 있는데
그 빽빽한 기둥 사이를
그만 홀로 팔랑팔랑 지나가고 있었다.
-발상과 역발상 사이
이 시는 “못 걷는 다리 하나를 위하여/ 온몸이 다리가 되어 흔들어주고 있”는 장애를 가진 사람과, 그것을 본 시인이 합일을 이루며 시작됩니다. 우선, 다리를 저는 사람은 어떤 한탄도 신음도 없습니다. 그 마음을 살핀 시인은, “요란하고 기이한 걸음을” “홀로 팔랑팔랑 지나가”는 춤으로 완성하여 후광이 비치도록 합니다.
춤은 몸으로 쓰는 시고, 시는 마음으로 추는 춤입니다. 이 둘의 공통점은 숨겨져 있던 의미를 드러나게 합니다. 내딛다가 멈추고, 풀어주고 비틀고, 흔들고 끌어모으고, 들이키고 내뱉으면서 속을 터트립니다. 그렇게 관객이나 독자를 끌어안습니다.
편견이 될 수 있는 모습에, 시인이 따듯한 숨 하나 불어 넣었습니다. 그랬더니 짓이겨 삼켰다가 다시 꺼내는 당당함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감동적인 시가 됩니다.
팽팽한 긴장으로 견뎠던 겨울이 슬그머니 물러나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