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의 시영 아영[48] 성탄전야
김경미 시인
2022-12-23 영주시민신문
성탄전야
-최문자
거리에는 빛
삶을
내버려두는 빛.
고드름처럼
가슴이 얼어붙어도
찌르지 못하는 빛.
빛이 메시아인 것을 믿는 이들에게
직립으로 번쩍이지 못하고
부러져버리는 빛.
거리에는
장님들이 웃고 있다.
-성탄 칸타타
올 한 해도 저물어갑니다. 이맘때가 되면 무탈했던 한 해를 감사하면서, 몇 번은 듣고 건넸을 ‘메리 크리스마스’란 인사가 엉글벙글 퍼집니다. “거리에는 빛/ 삶을/ 내버려두는 빛”으로 가득합니다. 덕분에 한시적 “장님들이 웃고” 있습니다.
어둠을 타고 내리는 아득한 별빛에, 시간마다 몸을 바꾸는 달빛에 들뜬 마음을 반사합니다. 흥겨운 캐럴이든, 감성적인 캐럴이든 공해처럼 떠돌던 감정을 모으는 기대가 되고 소망이 됩니다. 쓰다듬고 매만지는 마음으로 자신을 마주하면서, 은혜처럼 빛처럼 충전된 행복을 저장합니다.
메시아를 믿는 이들이거나 그렇지 않은 이들이거나 탄일종은 ‘저 깊고 깊은 산골 오막살이’까지 울리는 것처럼, 오늘만큼은 어느 한 곳 소외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아, 탐스러운 눈이라도 내려줄까요? 어쨌든 오늘은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로 가득한 성탄 전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