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의 詩詠 시영 我影 아영 [45] 다보탑을 줍다
김경미(시인)
다보탑을 줍다
-유안진
고개 떨구고 가다가 다보탑을 주웠다
국보 20호를 줍는 횡재를 했다
석존釋尊이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할 때
땅속에서 솟아나 찬탄했다는 다보탑을
두발 닿은 여기가 영취산 어디인가
어깨 치고 지나간 행인 중에 석존이 계시는가
고개를 떨구면 세상은 아무데나 불국정토 되는가
정신 차려 다시 보면 빠알간 구리동전
꺾어진 목고개로 주저앉고 싶을 때는
쓸모 있는 듯 별 쓸모없는 10원짜리
그렇게 살아왔다가는 그렇게 살아가라는가
-‘잉여’보다 ‘가치’
1966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10원짜리 동전의 나이가 벌써 쉰일곱을 지나고 있습니다. 그 사이, 주조 비용으로 인해 크기와 무게가 줄어드는 굴욕도 당했지요. 형태의 굴욕뿐이라면 얼마나 다행일까요? 한때는 그렇게도 잘나갔던 10원짜리 동전이, 이제는 노인정 화투판 판돈에서조차 외면당하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그러나 10원짜리 동전에 새겨져 있는 다보탑은, 탑을 사랑하는 민족성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때론 마음을 의지하고, 때론 뜻을 모으고, 때론 소원을 키우기도 하는 커다란 버팀목이죠. 뒷산만 가도 보이는 돌탑처럼, 탑의 중요성은 우리 민족성이랑 뗄 수 없는 존재입니다. 하물며 “국보 20호”인 다보탑이라면 그 위상은 훨씬 크잖아요. 경제적 가치가 떨어졌다고 해서 정신적 의미까지 내 쳐져서는 안 되겠지요.
이 시에서 말하고자 하는 진정한 소망의 대상은 “불국정토”와 같은 유토피아를 의미하는 다보탑일 것입니다. 그러나 막상 주운 것은 “쓸모 있는 듯 별 쓸모없는 10원짜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현실과 이상의 차이는, 씁쓸한 횡재로 표현된 “국보 20호” 다보탑이 그려진 10원짜리 동전으로 우연처럼 환유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