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의 詩詠시영 我影아영 [43] 초겨울 비
김경미(시인)
2022-11-18 영주시민신문
초겨울 비
-오보영
어쩌면 이게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마음 놓고
줄줄
쏟아 내릴 수 있는 게…
어쩌면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
세상
하얗게
덮어버릴 수도 있으니…
-비와 당신, 눈과 당신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비가 내리면서 겨울이 몰려 왔습니다. 돌아보고 있는 사이, 내다보고 있는 사이에 비는 “어쩌면 이게/ 마지막일지도 모”를 눈물을 줄줄 흘립니다. 그러다 “어쩌면 이제/ 시작일지도 모”를 눈으로 재탄생합니다.
드글드글한 신음으로 앓던 비는 하얀 눈이 됩니다. 눈 덮일 둥그런 산에, 빈 마음에 당신을 들입니다. 끝없이 달아나기만 하는 목표를 업고, 세상의 통증을 말없이 견디고 있을 당신을 들입니다. 다 삭은 어깨를 툭툭 털어줍니다. 멀고 먼 하늘 사이, 조금은 더 달콤해질 삶을 기도합니다.
계절의 간이 맞춰지는 시간만큼은, 가는 가을이나 오는 겨울이나 그리운 것들 쪽으로 몸을 돌렸으면 좋겠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식구마다 따뜻한 겨울이 하나씩 들려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호호호 입김 불어대는 붕어빵이나 군고구마가 방문을 여는 상상만으로도, 이 겨울이 얼마나 따뜻해지고 행복해질까요.
겨울로 한발 더 나아간 오늘은 11월 17일, 모든 수험생의 수능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