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의 시영 아영[41] 등산

김경미(시인)

2022-11-04     영주시민신문

등산

-김준현

우산은 왜 이렇게
높은 산일까?

단 하나의 물방울도
정상에 오르지 못하고 주르르
미끄러지기만 해

비 오듯 흘린 땀만 한가득
 

-몽글몽글한 등산

이 동시는 ‘무엇을 보았나 보다’, ‘어떻게 보았나’에 초점을 맞추었어요. 말의 부피보다 밀도에 집중했고요. 그렇게 통찰력과 재미를 한꺼번에 잡았습니다. 도대체 이 시인의 생각 주머니는 얼마나 클까요?

물방울들이 부득부득 높은 산(우산)을 오르네요. 에베레스트 오르는 것보다 어렵지 않을까요? 물방울에겐 끝내 오르지 못하고 “미끄러지기만” 할 가파른 산이겠지만, 동그란 생존을 멈추지 않습니다. 남는 건 “비 오듯 흘린 땀만 한가득”뿐일 텐데요. 오르는 일이 새의 길처럼 가볍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무미건조하고 심심할 수도 있겠지요?

사물 하나도 일상적인 틀을 벗어난 눈으로 본다는 것, 아이처럼 생각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자신에게 덕지덕지 붙어 있는 타성과 고집, 익숙한 것들을 하나하나 떼 버리는 것부터 시작되니까요. 거기다 새로운 생각, 새로운 감정, 새로운 색깔을 입혀 감각을 조용히 흔들어대는 표현은 누구나 할 수 없겠지요. 생각의 창살을 벗어난, 생각의 해방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한 동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