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의 시영 아영[27] 반구제기反求諸己
김경미 시인
반구제기反求諸己
-임성구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렸던 게 잘못이었어
가끔 뒤돌아보는 연습쯤은 해둘 걸 그랬어
이렇게 냉혈로 변할 줄
아는 이가 없었을까
한 욕심 부풀려서 네게로 당긴 시위
과녁을 벗어난 채 애먼 하늘 뚫는 통에
낙뢰를 온몸으로 받았지
폭우에 나는, 무너졌지…
미련함 들킬까 봐 돌아서서 통곡 했어
속 때 다 밀어낸 뒤 시위 다시 당겼어
비로소
접힌 골목까지
비춰지는 보름달
-반성 한 접시 먹기
‘반구제기’는 화살이 적중하지 않았을 때 본인한테서 원인을 찾는다는 뜻입니다. 누구나 잘살아보겠다고 의욕만 앞세우다 보면, 본의 아니게 욕심을 부리기도 하고 실수를 하기도 합니다.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렸던 게 잘못”은 아니지만, “가끔 뒤돌아보”기도 하는 게 평범한 사람들의 삶입니다.
하지만 삶은 뒤척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애먼 하늘 뚫”어, “무너지고 통곡”하는 일들이 잊을만하면 일어나니까요. 그럴 때마다 “속 때 다 밀어낸” 마음을 하나하나 주우며 반성문을 씁니다. 그래서 “접힌 골목까지”, “보름달”이 환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들 또 어쩌겠어요.
세상은 아직도 불완전한 반성으로 돌아갑니다. 뉘우침이 올 때 상처는 피하고 교훈만 건질 줄 아는 것도 성숙한 삶의 한 방법일까요. 평범한 인간의 고뇌를 쓴 이 시조는, 하얗게 빈 결핍이나 엇나간 속도를 본인의 잘못이라 자성합니다. 굳이 입 밖에 내지 않는 신음이지만, 본마음 그대로 도려낸 유서처럼 읽는 이들을 숙연하게 합니다.
내가 쏜 화살은 지금쯤 어느 과녁을 향하고 있을까요? 문득, 하늘을 올려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