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의 시영 아영 [14] 사소些少
김경미 시인
2022-04-15 영주시민신문
사소些少
-백민주
작을 사, 작을 소
작고 작은 일
그 사소가 모여
배가 기울고
아이들이 물속에 잠겼다.
-리멤버 4·16
그날, 배가 기울었습니다. 시린 잠을 구겨 넣은 시간은 고장도 없는지 4월의 봄은 여전합니다. 활짝 필 줄만 알았던 꿈들은 때맞춘 알람처럼 뒤꿈치를 든 파도에 밀려 무너지고 접혀버렸습니다.
혹시 평형수란 말을 아시나요? 평형수는 항해할 배가 무게중심을 유지하기 위해 배의 바닥에 채우는 바닷물입니다. 그것을 버리고 더 많은 사람을 태우거나, 물건들을 실으면 배는 기울어집니다. 이것은 자명한 이치입니다. 배가 기울기까지 어른들이 숨겨놓은 욕심이 과해서였을까요? 아니면 안전 불감증에 대한 결핍 때문이었을까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세월호 참사도 벌써 8년 전의 일이 되었습니다. 흘려보내도 쏟아부어도 안 될 사건이었는데, 우리는 까마귀 고기를 먹었는지 여전히 인재라 할 만한 사건과 사고 속에 살고 있습니다.
발가락이 고운 18세 어린 학생들을 쫓아간 바람 같은 건 이제 더는 없어야 합니다. “작고 작은 일 그 사소가 모여 배가 기울고 아이들이 물속에 잠겼”습니다. 지금은 무엇보다 나와 당신의 평형수를 맞춰야 할 시간인 것 같습니다. 결핍과 과잉, 그 어디쯤에 감춰뒀던 탐욕은 버리고 눈물의 평형수를 채워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