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의 시영 아영[7] 퀵서비스

김경미 (시인)

2022-02-24     영주시민신문

퀵서비스

-조창환

신호가 바뀌자 검은 오토바이들이 튀어나간다
독 오른 풀뱀처럼 빠르고 거침없는데
지나간 뒷모습에 아슬아슬한 슬픔이 서려 있다
올챙이꼬리 흔들며 힘차게 전진하는 정충들도
저런 슬픔 남기고 갔을지 모른다
겨울하늘을 빠르게 나는 새들 지나간 길에도
자세히 보면 알 수 없는 우울 남겨져 있지 않은가

안아서 눈물 닦아줄 수 없는 풍경 남기고
풀뱀처럼 달려가는 퀵서비스

 

-당신은 지금, 안녕하신가요
코로나가 3년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코로나 확진 속도가 퀵서비스보다 빠르네요. 발목이 묶였고, 정이 묶였습니다. 가장 가슴 아픈 것은 실직자가 많이 늘었다는 것이죠. 모든 게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는 게 아닌지라 웬만한 일들 앞에서는 꿈쩍도 안 하지만, 먹어야 살 수 있는 게 삶의 기본이다 보니 실직 앞에서 무심할 수는 없습니다.

실직이라는 긴급한 위협을 뚫고 요즘 가장 많이 늘어난 일자리가 배달업입니다. “안아서 눈물 닦아줄 수 없는 풍경”으로 “풀뱀처럼 달려가는” 오토바이를 수시로 봅니다. 속도가 빠를수록 “뒷모습에 서린 아슬아슬한 슬픔”도 빨리 사라질까요? 슬픔이 너무 커서인지 시도 퀵서비스도 말수가 적습니다.

봄이 멀지 않았습니다. 가벼운 봄날, 봄바람 마구마구 싣고 달리는 퀵서비스가 많았으면 합니다. 누구에겐 위안이 되고 누구에겐 용기가 되어, 그 누구도 벼랑 끝에 서지 않도록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