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의 시영 아영[6] 나는 심벌즈다
김경미(시인)
2022-02-21 영주시민신문
나는 심벌즈다
-임동학
기악합주를 하는데
나는 심벌즈다.
우와! 미치겠다.
끝날 때까지
딱 세 번 친다.
다른 걸로 바꿔주세요,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학예회 날,
엄마도 아빠도 나만 바라보는데
끝날 때가 되어서야
딱 세 번 쳤다.
열 번 쯤은 꽝! 꽝! 꽝!
소리치고 싶었지만
심벌즈도 나도
꾹, 꾹, 참았다.
나는 심벌즈다.
- 어른 눈 속에 아이라는 별
“우와! 미치겠다./ 끝날 때까지/ 딱 세 번 친다.”
학예회 때 발표할 기악합주를 앞두고 심벌즈를 맡은 아이의 심정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 부분을 읽는 사람들의 마음은 찡하고요. 누구나 자신이 맡은 악기를 많이 연주하여 눈길을 끌고 싶겠지요. 더욱이 엄마 아빠도 와 있는 특별한 날이라면요. 정작 그것을 바라보는 부모님의 눈에는 사랑스러움이 볼록한데 말이에요.
심벌즈의 역할이 가만히 있다가 중요한 순간에 몇 번 쳐 주면서 완성된 합주를 만드는 것입니다. 아주 중요한 역할이지요. 마치 땅! 땅! 땅! 내려치면서 중요한 결정을 마무리하는 의사봉처럼요.
드러나고 싶다는 욕심을 참으며, 쳐야 할 부분을 기다리는 손끝에 엿보이는 자신감이 저 아이가 선 자리에 빛을 들게 합니다. 참은 덕분에 조화로운 합주가 완성됩니다. 아이지만 그것을 알고 있는 것이, 또 아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 웬만한 어른보다 낫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어른의 아버지’라고 하나 봅니다. 생각 방울이 또록또록 밝게 박힌 아이들이 어른들을 웃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