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의 시영 아영[5] 입, 입춘
김경미(시인)
2022-02-11 영주시민신문
입, 입춘
-박 철
매화 꽃비 내리는데
이사란다
크레인 꽃에서 울리는 주말 팡파르
올~려!
분리수거 나와 하늘 향해 꺾어진
입들에 화들짝 피어버린
봄
-어서 오세요, 봄님!
마침내 겨울이 봄에게 안방을 내주려나 봅니다. 간밤에 꾼 좋은 꿈처럼 자고 일어나니 “화들짝 피어버린 봄”을 만났습니다. 섣달이 삭은 길목을 비집고 기다리던 님이 왔습니다. 어쩜, 손 없는 날까지 맞물린 길일인지 어느 집은 이사를 하네요. “크레인 꽃에서 울리는 주말 팡파르”가 짱짱합니다. 이사를 하면서 온 동네에 봄을 확 풀고 있습니다. 갓 도착한 봄을 이사와 매치한 시인의 발상이 참 신선합니다.
봄은, 막 태어난 아기가 배냇짓을 하듯 말간 웃음으로 옵니다. 요란 떨지 않는 새로움으로 늘 처음처럼 다가옵니다. 팽팽한 긴장으로 살다가 브레이크 타임에 마시는 한 잔 차처럼, 행복이 볼록한 불도장을 찍은 것처럼 목덜미 뜨겁게 옵니다. 아직은 살만하다는 의연한 희망으로 옵니다.
추위는 매섭고, 코로나는 제 세상을 만난 듯 더 날뛰고 있습니다. 그러나 입춘이 지나면서 세상은 한순간에 바뀝니다. 생기 넘치는 기쁨이 가득합니다. 그래서 더 따뜻하게 살아 볼 일입니다. 세상은 오늘도 봄입니다. 세상은 언제나 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