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축산농가가 직접 운영하는 '황소걸음 한우정육․식육센타'

“한미 FTA체결 이후 미국산 소고기가 본격적으로 들어오면 우리 한우농가는 사실상 살아남기 힘든 현실입니다. 한우 농가를 살리고 농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유통단계에서 발생하는 가격의 거품을 과감히 빼야 합니다”

안동방면 남산현대 아파트를 지나 영주농협 파머스마켓 못미처 건너편에 한우전문식당인 ‘황소걸음 한우정육․식육센타 (대표 최우용.45)’가 최근 문을 열었다. 문을 연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점심 저녁으로 이곳을 찾고 있다. 그 이유가 뭘까?

식당 안에 들어서면 그 이유를 바로 알 수 있다. '한우불고기(300g) 5천원, 육회 (200g) 6천원, 한우구이 (200g) 8천원, 갈비․등심 (200g) 1만 1천원, 플러스 한우 (200g) 1만 5천원'. 시중 식당보다 훨씬 저렴한 이 식당의 가격표가 손님들을 끄는 이유인 것이다.

가격만 싼 것이 아니라 식당주인들이 직접 기르거나 구입한 영주한우를 도축해 식당으로 바로 공급해 오기 때문에 한우고기의 질과 맛도 철저히 보장하고 있다.

질 좋고 맛있는 한우를 저렴한 가격에 내놓고 있는 이 식당의 비결은 바로 다섯 명의 축산인이 공동으로 출자해 영농조합을 설립, 한우고기 유통경로를 크게 단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식당까지의 한우 유통구조는 보통 5∼6단계로 300∼400%의 마진이 붙지만 다섯명 모두가 직접 소를 키우고 있는 축산농가이다 보니 기존의 유통단계를 농가-도축장-식당(황소걸음)으로 바로 오는 3단계로 줄여 가격의 거품을 뺐다.

이 때문에 가장 비싼 갈비살 1인분(200g)이 1만원에서 1만 5천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들에게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 최우용 대표의 설명이다.

최 대표는 “유통마진을 없앴기 때문에 지금의 가격보다 더 저렴하게 판매할 수도 있지만 기존 식당과 식육점과의 관계 때문에 시중의 도매가격으로 한우를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소걸음 한우정육․식육센타’은 식당 입구 정육점에서 소비자들이 직접 소고기를 보고 사서 계산을 한 후 식당에서 소고기를 구워 먹는 방식이다. 또, 1인분에 2천500원의 반찬 가격에 공기밥은 일반 음식점의 절반 값인 500원을 받고 있다. 그리고 밥과 찬값은 나올 때 식당에서 계산한다.

이같은 식당 운영 방식은 식당 주인과 정육점 주인이 서로 다른 이중 구조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식당은 일반 음식점이기 때문에 세금(부가가치세)을 내야 하지만 정육점은 1차 산업이라 세금이 없다. 보다 저렴하게 우리 영주한우를 시민들에게 공급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특히, 보다 질 좋은 한우를 지역민들에게 공급하기 위해 매월 초 연동 가격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최고 등급을 내는 공급자에게 20만원의 장려금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 대도시로 팔려 나가 지역에서는 맛보기 힘든 최고급 육질의 한우인 ‘플러스한우’를 이곳에서는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최 대표는 “모두가 식당운영 경험이 없는 아마추어들이다 보니 다소 서비스가 부족할 수 있지만 전 직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기대이상의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식당운영에 대해 자신했다.

황소걸음의 황소들, “느려도 뚜벅 뚜벅 가겠다”

“‘황소걸음’이라는 이름은 제가 지었습니다. 우직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성실하게 간다는 의미로~ 어때요. 괜찮습니까?” 라는 물음에 좋다고 하자 황소걸음 대표 최우용씨(45)는 환하게 웃는다.

▲ 최우용 대표
‘황소걸음 한우정육․식육센타’는 우리지역의 축산인 최우용, 송완익, 최창연, 우성조, 김동덕씨 등 5명이 공동으로 출자해 ‘황소걸음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한 뒤 지난 20일 개업했다.

이들 5명 중 대표이사를 맡은 최우용씨는 지난 2003년부터 영주한우협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이 때문에 전국적으로 열리는 소고기 수입 반대 집회에 여러차례 참여해 왔으며 누구보다 소고기 수입에 대한 위기감을 갖고 한우 지키기에 앞장서 온 인물이다. 현재 조암동에서 한우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송완익씨는 평은에서 어릴 때부터 한우농장을 운영해 왔으며 황소걸음 부지 1천730평의 소유주이기도 하다. 최창연씨는 이산에서 한우농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우협회 이사로 ‘황소걸음’의 소 구매와 도축을 송완익씨와 맡고 있다.

우성조씨는 7년 전 귀농한 귀농인이다. 이산에서 한우농장을 운영하고 있고 김동덕씨는 농민운동가로 알려진 인물로 이산에서 한우농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우성조씨와 함께 대 내외 홍보를 담당하고 있다.

약간 언덕진 곳에 위치한 황소걸음 입구에는 이곳이 소고기를 파는 음식집임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있는데 그것이 소 형상의 장승이다. 이 장승에는 “FTA 망령 막아주고 민족한우 보전하소서”라고 글귀가 쓰여 있다. 이들이 장승에 새긴 글귀처럼 수입쇠고기에 맞서 경쟁력 있는 한우로 거듭나 민족한우가 영원히 보전되길 기원해 본다.

최 대표는 “일반 정육점 업주들의 모임으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지만 한미 FTA 체결에 대해 우리 축산 농가들이 살아남기 위한 대응방식임을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며 지역민들의 많은 이용을 당부했다.

한편, ‘황소걸음 한우정육․식육센타’의 개업 날 축하 화환과 화분이 줄을 이었다. 최 대표는 “당초 화환과 화분 대신 사랑의 쌀을 기증받기로 했지만 지인들에게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탓”이라며 아쉬워 했다. 하지만 이들 다섯명의 주인 앞으로 꽃대신 사랑의 쌀이 자그마치 20kg 80가마니(320만원 상당)가 쌓였다.

이 쌀은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 있는 우리지역 민간 봉사단체인 ‘이웃을 사랑하는 모임’을 통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해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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