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종이 만난 고향사람(50)헤어디자이너 안병진 씨

어린 시절 남자아이들은 주로 이발소에 가서 머리를 자르게 된다. 나도 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늘 그랬던 것 같다. 초, 중, 고를 다니면서 형님이나 동생과 함께 이발소에 가던 생각이 난다.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유행이 변하고, 자유로운 머리를 만들어주는 미장원을 찾기 시작했다. 아마도 대학시절부터인 것 같다. 학교 인근의 미장원이나, 친구들과 함께 도심에 위치한 테라스가 멋지고 창이 넓은 미용실을 찾으면서 이제는 거기에 길들려진 것 같다.

요즘에는 초등학생이 된 아들과 함께 집 근처의 미용실을 자주 찾는다. 남자야 주로 머리를 자르는 것에 그치지만, 여자 미용사가 잘라주는 머리는 이쁘고 멋있는 경우가 많다. 흔히 ‘남자는 남자가 보면 알고 여자는 여자가 보면 잘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인지 남자미용사들은 여자 손님에게 인기가 좋고, 여자미용사들은 남자 손님들에게 인기가 높다. 아들과 나는 여자 미용사가 잘라주는 머리모양이 좋아서 인지 자연스럽게 미용실을 찾는지도 모르겠다.

▲ 헤어디자이너 안병진 씨
우연히 만난 영주 출신의 남자 미용사

얼마 전 서울에서 조금 떨어진 경기도 군포시의 산본동에 간 적이 있다. 서울 지하철 1호선과 4호선이 만나는 금정역 인근에 위치한 관계로 교통이 편리한 곳이다. 저녁시간 볼일이 있어서 갔는데,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하여 1시간 정도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미용실에 들렀다.

금정역전의 더원헤어(THE ONE HAIR)라고 하는 미용실이었다. 여자미용사 5명 정도와 남자미용사 한 사람이 일하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여자미용사에게 머리를 맡기고는 잠이 들었다. 15분 정도 머리를 다듬고서 샴푸를 했다.

돈을 지불하고 나오려는데, 때마침 창밖에는 억수같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 미용실에서 제공한 커피를 한잔 마셨다. 잠시 앉아서 책을 보다보니 남자미용사가 다가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말투가 비슷해 고향을 물어보았다.

영주시 안정면 출신으로 영주공고 화공과를 졸업하고 10년 넘게 미용사로 일하고 있는 안병진(32) 원장. 그는 안정농협조합장을 지낸 안용희 씨의 삼남으로 학교를 졸업하고 이내 군에 입대했다. 군에서 우연한 기회에 이발병으로 복무한 것이 계기가 되어 헤어디자이너를 직업으로 택했다.

군대를 제대하고는 미용학원에 등록하여 미용사자격을 취득했다. 미용사 자격을 취득했지만 견습미용사로 서울의 강남에서 4년 넘게 박봉을 받아가며 일했다. 그리고 중급 헤어디자이너로 승급하여 4년 넘게 일하면서 어느 정도 수준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2005년 평촌에서 개업했다.

군 복무 시절까지 포함하여 이발 일을 시작한 지 10년 만에 스스로 창업을 한 것이다. 평촌에서 개업을 하고 있을 당시에는 유명 TV탤런트 홍요섭 씨가 단골로 찾아주어 일약 유명 미용실로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 헤어디자이너 안병진 씨, 기관사 안재환 씨
10년을 고생하여 정상급 헤어디자이너로 연봉 1억의 꿈을 이뤄

컷트와 염색을 잘하는 안 원장은 탤런트 머리를 잘 자르는 디자이너로 인기를 얻으면서 지역의 젊은 남성은 물론 아가씨들과 아주머니들이 무더기로 찾아오는 미용실로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잘 생긴 외모에 수염까지 기르고 다녀 항상 주목받는 헤어디자이너로 일했다.

그러던 중 작년 하반기 현재의 금정역전에 40평 규모의 큰 매장이 나와서 직원들을 이끌고 이전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역전이라 위치도 좋고, 건물도 깨끗하여 최근에는 손님도 늘고 있으며, 지역에서 머리를 잘하는 집으로 소문이 난 것 같다.”고 한다.

현재 여자미용사 5명과 함께 미용실을 경영하고 있는 관계로 수입도 상당한 것 같았다. 서울지역의 프로헤어디자이너들이 연봉 1억대를 달리는 것을 보면 그도 그 반열에 올라서 있는 것 같았다. “수입이 좋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10년 정도 수습과 초급 디자이너로 박봉으로 일하는 관계로 현재의 수입이 많다고 볼 수는 없다. 단, 고생한 만큼의 보람은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안 원장의 동생도 전문대학에서 미용학과를 졸업했지만, 수습만 3년 정도 하고는 포기를 했다고 한다. “서울 강남의 미용실에서 수습디자이너는 보통 월급으로 50만원을 가져가기 힘들다.”고 한다. “미용사라는 직업은 새로운 미용기술을 끊임없이 연구해야하고 일은 많지만 보수는 박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일가를 이루면 정년 없이 평생이 보장되는 것 같다.”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미용분야에도 남성 대졸자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시대인지라 미용분야에도 남녀의 성역을 넘어서 남자들도 넘치고 있는 것이다. 그도 10년간의 고생으로 이제는 어느 정도 일가를 이룬 것이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해야하는 미용사의 길
 
“결혼을 했냐?”고 물었더니 “정말 돈이 없어 아직은 못했지만, 조만간 하고 싶다.”라며 “이쁘고 착한 여자 있으면 소개를 해 달라.”고 했다. 비가 그쳐 나오려고 했더니 용인에 살면서 지하철 분당선의 철도기관사를 하고 있는 형 안재환(37)이 왔다며 인사를 시켰다.

안 원장은 “정말 형님이 저 보다 100배는 대단합니다.”라며 “매일 시골에 계신 어머님께 전화를 드리고, 생활비도 보내드리는 효자이고, 매일 열심히 공부하여 철도청에 입사한 지 2년 만에 부기관사에서 기관사가 되었고, 11년 만에 기관사 지도팀장(일반적으로 20년은 걸린다고 한다)이 되어 관리자가 되었습니다. 대단하지 않습니까?”라며 최근에는 “모범직원으로 철도공사 사장상을 받기도 했다.”며 자랑을 했다.

정말 대단해 보였다. ‘시골에서 올라온 두 형제가 정말 열심히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직업이든 어디서 무엇을 하든 자신만의 삶을 열심히 살면 된다는 것도 느꼈다. 돌아서 나오는데 안 원장이 “머리모양이 아름다운 사람이 출세한다.”라며 “오늘 아주 머리를 잘 자른 것 같다.”며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오랜 만에 고향사람을 만나서 반가웠다.”라며 샴푸와 린스를 한통씩 봉투에 담아주어 집으로 가져왔다.

요즘도 아들과 함께 목욕을 하고 머리를 감으면서 두 형제를 생각하면 저절로 환한 웃음이 나온다.
 
더원헤어(THE ONE HAIR)미용실 안병진 원장: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 266-19번지 동서프라자 2층, 전화 031-396-4876, 017-365-6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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