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조류보호협회 영주지회 김병주 지회장

“무속인을 불러 산신제 한 번 올리는데 영주시는 2천만원의 예산을 씁니다. 국가나 지자체에서 해야 할 일을 민간단체에서 하는데 이렇게 푸대접 할 수가 있습니까?”

아지동쓰레기매립장 정문 앞에 자리한 한국조류보호협회 영주시지회장 김병주(56)씨의 말이다. 다친 새들이나 산짐승들을 구조해 치료한 후 다시 자연의 품으로 돌려 보내는 일을 하는 그는 나름대로 긍지를 가지고 11년째 동물들과 함께하고 있다.

현행 문화재보호법 20조에 따르면 폐사한 동물천연기념물을 표본·박제할 경우, 문화재청에다 폐사한 희귀동물의 현상 변경 신청을 한 뒤 문화재청이 국가지정문화재 관리단체로 지정한 (사)한국조류보호협회 본부로 사체를 보내도록 규정돼 있다. 폐사한 희귀동물은 다시 국립수의검역원에서 사인규명 과정을 거친 뒤 소각처분하거나 상태가 양호한 것은 박제를 해 표본제작을 하고 있다.

이곳에는 현재 동물천연기념물 7종을 비롯, 40여점의 희귀 조수류 박제품이 있어 초·중·고 학생을 비롯한 시민들에게 자연생태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 천연기념물 9종과 보호종 등 45마리를 자연으로 돌려보낼 날만을 기약하면서 정성을 다해 재활을 돕고 있기도 하다

조류보호협회 영주지회가 관할하고 있는 지역은 상주, 청송, 의성 등 9개 시군으로 구조활동이 활발한 동절기에는 수용시설이 비좁고 먹이 값이 만만치 않다. 천연기념물이나 보호종 대부분의 새들이 육식성이라 먹이 값만 연간 600여만원이 들기 때문이다.

또, 구조되는 동물이 거의 총이나 올무에 심하게 다쳐 시내 김대진 동물병원장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봉합수술 등 큰 수술이 필요할 때에는 서울로 이송해야 하는 경비까지 발생한다.

김 회장은 ‘봄철이면 유치원생들을 비롯 연간 평균 700명이 견학을 오고 있지만 선물로 줄 공책 한 권도 회원들의 주머니를 털어야 하는 실정이 안타깝다’며 “처음에는 봉사하겠다는 회원이 많았지만 지금은 거의 떠나고 없다”며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회장은 “천연기념물이 밥 먹여 주느냐며 남들은 물론 아내까지 나를 미친사람 취급을 하지만 사라져가는 귀한 새들을 구조해 치료한 후 자연으로 돌려보내기까지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부회장과 사무국장 등 세명이 함께 어려운 살림을 꾸려왔지만 9월에는 함께했던 사무국장마저 그만둘 예정이어서 어려움이 더 겹쳤다.

운영비는 11월부터 2월까지 실시되는 밀렵 단속으로 얻어지는 포상금과 김 회장 자신이 환경영향평가전문위원으로 활동해서 들어오는 1천여만원, 시 보조금 300만원 등 2천만원이 전부이다. 즉 1년 동안 보조금 300만원을 제외하고 대부분 개인 사비를 털 수밖에 없는 처지여서 관련 기관과 각계의 후원이 절실한 실정이다.

김 회장은 “천연기념물은 문화관광과에서, 야생동물은 산림과에서, 멸종위기 동식물은 환경보호과에서 업무를 맡는 등 삼원화 되어 있어 어려움이 많다”며 “창구를 일원화 하고 국가나 자치단체가 나서서 사라져가는 보호종을 보살피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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