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자미 시인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 김선우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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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에 벚꽃이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꽃은 나무를 깨워 피어났다. 서천으로 봄바람이 불고 봄비가 내리고 꽃이 왔다. 서천에 벚꽃이 오면 이 도시로 완전한 봄이 온 것 같다. 사람들은 봄 길을 걷고 걸으면서 꽃처럼 행복해진다. 서천은 분홍 천지. 튀밥처럼 터진 꽃은 까르륵 거린다.

봄이 쉽게 오지는 않는 것을 우리는 안다. 꽃이 그냥 피지 않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래서 꽃나무 아래서 우리는 말이 많아지고 가슴이 떨리고 몸이 뜨거워진다. ‘그대가 꽃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꽃나무를 아래로 모여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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