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흑돼지 사육농가 부석면 용암리 장무훈 씨

자연증체식 친환경 흑돼지 농장 운영
동서와 함께 ‘고마워 돼지’ 상표등록
출하되자마자 택배 등으로 전량 판매

“밤하늘 별을 헤며 들꽃 만발하는 자연이 좋아 아내와 함께 2010년에 귀농했습니다”

돈벌이를 위한 인위적인 증체가 아닌 자연증체로 고급 흑돼지고기를 생산해 1kg당 최고 3만8천원에 팔고 있는 젊은 귀농인 부부가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부석면 용암리에 둥지를 튼 장무훈(44)·김민정(40)부부다. 장래를 촉망받는 자동차 부품회사에 다니다 귀농을 결심하고 지인이 살고 있는(김정환 홍삼, 안정면) 인삼농장으로 내려와 영농실습을 받았다. 2년이 지나면서 문수면에 3천여 평의 농지를 임대해 정착을 시도했다고 한다. 장 씨는 “귀농초기에 고추와 옥수수 농사는 노력에 비해 소득이 너무 낮았다”며 “고민 끝에 2017년부터 흑돼지를 사육하고 있다”고 귀농이야기를 풀어놨다.

소득의 극대화를 위해 배합사료를 먹이고 항생제로 내병성을 기르는 기존의 돼지사육이 아니라 자연증체를 원칙으로 미강, 깻묵, 부엽토, 유산균 등으로 돈이 덜 들어가는 자가 사료를 만들어 4일간 발효한 다음 돼지에게 급여하고 있다. 장 씨는 “흑돼지는 12개월간 키워서 100kg의 규격 돈으로 출하한다”며 “흑돼지는 삼겹 목살이 kg당 3만8천원, 가장 낮은 등급인 뒷다리 살도 kg당 1만8천원을 받고 있고 버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돈족(豚足)도 2kg당에 1만원에 도축 당일 잔량 매진된다”고 했다.

“양돈의 경우 6개월에 120kg의 규격돈이 생산되는 데 비해 12개월간 자연증체로 키운 흑돼지는 사육기간이 두배나 됨에도 100kg이 규격돈이 생산됩니다. 또 양돈은 평균 12마리 이상의 새끼를 6개월마다 낳는데 비해 흑돼지는 평균 7~8마리의 새끼를 낳습니다”

처음 흑돼지 10마리로 시작을 했다는 장 씨는 지금은 130마리로 늘었고 가게운영을 위해 매월 6마리씩 출하되도록 조정을 해놓았다며 내년 말까지 일단 250마리가 목표라고 했다.

“인위적으로 증체를 하는 양돈보다 흑돼지 사육은 고도의 기술이 없어도 사육이 가능합니다. 340평의 넓은 축사에서 사육되는 흑돼지는 동물복지형이며 개방형인 우사에 소나무 껍질로 만든 우피톱밥을 60cm로 깔아주면 거름을 치지 않아도 되는 동시에 톱밥 속에 서식하는 벌레를 돼지들이 매일 잡아 먹습니다”

함께 귀농한 동서와 사업을 구상하며 ‘고마워 돼지’로 상표등록(브랜드)을 마친 뒤 동서는 시청 옆에 식육점을 내고 처제는 인터넷 SNS 등에 홍보를 전담하거나 택배주문을 맡고 있다. 장 씨는 “앞으로도 항생제 없는 친환경 흑돼지로 소비자들의 사랑에 보답하고 철저한 가족기업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kg당 3만 8천원을 받아도 제주 흑돼지 가격보다 최소 4~5천원은 저렴하며 2년간 판매추이를 살펴보면 인터넷 예약을 받는 즉시 매진이 되고 있어 없어서 못 파는 실정입니다”

장씨는 “성공의 길 초입(初入)에서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참 어려운 길을 걸어 왔다”고 회고한 뒤 “귀농만 하면 수억 원의 귀농자금을 지원한다는 막연한 소문을 믿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며 계획적인 귀농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부석 용암리에 정착하면서 구입한 3천 평의 농지 등을 담보로 2억5천만 원의 융자를 받았고 농업경영인육성자금 1억 원을 받아 230평의 축사를 마련해 한숨을 돌렸다”며 “담보 없이는 단돈 천만 원도 융통할 길이 없다는 현실이 절망으로 다가왔었다”고 말했다.

“젊음을 담보로 2~3억 원만 저리로 빌려주는 제도가 마련된다면 농촌으로 귀농할 젊은이들이 많아질 겁니다”

밤이면 쏟아지는 별빛사이로 반딧불이가 날아다니고 밤새 들려오는 부엉이소리가 너무 좋아 마을에서 1km여나 떨어진 독가촌에 살고 있다. 현실이 너무 행복해 가로등을 제안한 면장의 호의도 거절을 했다며 활짝 웃었다. 두 아들의 아빠인 장 씨는 현재 부석면 발전협의회 사무국장, 영주시농민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이환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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