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선(소설가·본지논설위원)

지구촌 각국은 눈에 보이지 않은 코로나19와 전쟁을 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세계 각국은 군대를 동원해 민간인을 통제하고 국경을 봉쇄하고 있다.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글로벌 경제나 협력은 물 건너갔다. 지구촌 각국은 눈에 안 보이는 적 때문에 협력은 말 뿐이고 각국도생(各國圖生)을 하고 있다. 세계 제2차 대전은 인간과 인간의 싸움이었다. 그러나 원폭과 같은 대량살상무기 개발로 1,2차 세계대전처럼 제국간의 세계전쟁은 일어날 수가 없다. 그러나 제3차 세계대전은 인간과 바이러스의 싸움이다. 미국은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전시체제로 전환하였다. 그만큼 눈에 안 보이는 적은 더 무섭다. 만일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지 못한다면 이 전쟁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 코로나19라는 눈에 안 보이는 적은 지구촌에서 인간과 인간, 국가와 국가 간의 전쟁도 중지시켰다. 그만큼 눈에 안 보이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무섭다.

서두에서 적이 눈에 보이지 않을 때 인간은 가장 공포심을 느낀다고 했다. 지금이 그렇다. 어떤 지인이 말했다. TV 뉴스 보기가 겁이 나서 집에 들어 앉아 연속극이나 트롯 음악 프로만 본다고 했다. 도대체 집 밖을 나가면 누가 감염자이고 보균자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더 공포심을 느낀다고 했다. 집에 있으니 답답해서 사람들이 없는 곳이 어디일까 생각하니 넓은 시민 운동장에 가면 사람이 없을 것 같았다. 수영장과 테니스장도 문을 닫았고 각종 시설도 사용이 중지되었다. 운동장은 우레탄 공사 때문에 들어가지 못하고 영주국민체육센터 앞 광장에 가서 운동을 했다. 그런데 그곳에는 젊은 엄마들이 어린이를 데리고 와서 놀고 있었다. 어린이집도 문을 닫았고 아파트에 있자니 답답해서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 조용한 광장에 나온 것 같았다. 젊은 엄마들은 아이들과 햇볕을 쪼이며 즐겁게 뛰어 놀고 있는 모습을 보니 여긴 마스크 대란도 없고 사람과 거리두기도 할 필요가 없다. 더구나 운동장과 각종시설에 청소와 방역 작업을 하는 공무원들을 보니 여기가 제일 안전한 것 같았다.

체육센터와 광장을 청소하고 방역하는 자치단체 공무원들의 모습을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의 가장 큰 특징은 자치단체의 경쟁력과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름 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 자치단체의 경쟁력은 곧 공무원들의 경쟁력이다. 코로나19에서 자치단체 공무원의 실수로 많은 확진자가 생긴 보건소도 있었고 업무에 충실하다 과로사하는 공무원들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지역에 근무하는 의료진과 공무원들은 누가 보던 안 보던 묵묵히 자기 업무에 충실하고 있다. 고맙고 감사한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를 경험하고서 우리가 얻은 경험은 나만 살자는 이기주의가 아니고 공동체 방역시스템이 작동하는 자치단체와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진 공동체만이 피해가 적고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지인이 전화를 했다. 마스크 여분이 있으니 주겠다고 했다. 우리지역은 아직도 이런 공동체 의식이 있어 코로나19 확진자가 5명에서 중지 되었다. 이런 저력이 있어 영주적십자병원에는 99명의 타 자치단체의 확진자를 수용할 수가 있는 것이다. 나만 살자보다 같이 살자는 공동체 선비정신이 우리지역을 보호하고 있다. 인근 지역 요양원에서 많은 수의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 그래서 우리지역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지인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 보았다. 요양병원은 외부인 출입을 전면 금지하고 전달 물품이 있으면 특정 장소에 두면 직원이 가져와서 감염검사를 하고 전달을 한다고 했다. 요양병원 직원들은 수시로 북까페에 모여 코로나19 실무 교육을 하고 건강 점검을 한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신종 플루도 경험을 했고 메르스도 이겨냈다. 그런 노하우들이 코로나19에도 작용을 한 것이다. 지금은 인구 고령화로 새로운 요양원들이 많이 생겼다. 바이러스에 관한 경험과 매뉴얼이 없는 전국에 많은 요양원들이 코로나19에 뚫려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이글의 서두에서 인간은 적의 실체가 안 보일 때 가장 큰 공포심을 느낀다고 했다. 2008년 홍콩 독감, 2009년 신종 플루, 2012년 사스, 2015년 메르스, 2019 코로나를 다시보자, 발생하는 바이러스질병 주기가 2년, 3년, 4년이다. 지금까지 바이러스는 비말이나 접촉에 의한 질병이다. 문제는 바이러스는 일정한 주기로 발생하고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종코로나19만 하여도 진화한 변종으로 전파력이 아주 강하다.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는 7배수로 전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코로나19의 무서움을 알고 전쟁이라는 표현을 썼다. 코로나19도 앞에 주기로 볼 때 2024년경에는 새로운 변종이 찾아 올 것 같다. 그 신종 바이러스가 비말이 아닌 공기로 전파되는 에어로졸 바이러스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지난달 영주시장이 시민들에게 코로나19에 대해 브리핑을 할 때 “오늘 오후 두시에 각계각층 질병관계자 75명이 모여 코로나19 비상대책위를 만들어 회의를 한다.”고 했다. 이 칼럼의 핵심요지는 코로나19가 끝이 나도 질병비상대책위를 해체하지 말고 시장 직속 상설기구로 두자는 것이다. 그리고 1년에 한번 정도 도상훈련만 하자는 것이다. 그 이유는 서두에서 언급 한 것처럼 향후 4,5년 후에는 더 진화된 변종 바이러스가 예측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코로나19 대책이 서 있지 않는 타 자치단체처럼 바이러스로 인해 무기력하게 당하는 모습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너무 오버한다고 해도 좋고 너무 민감하다고 해도 좋다. 코로나19와의 전쟁이 끝난 뒤, 모든 자치단체들이 코로나19를 잊고 지내도 선비의 고장 우리지역만은 바이러스와의 전쟁과 경험을 데이터로 축척한 지역공동체보건시스템을 상설기구화 하여 존속 시키며 미래를 대비하자는 것이다. 사람은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어야 한다. 코로나19에서 우리가 얻은 유일한 교훈은 바로 ‘지역공동체 상설보건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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