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자미 시인

징검다리

- 신미균

한 집 건너 호프집

한 집 건너 노래방

한 집 건너 모텔

한 집 건너 비디오방

 

그 사이 하늘로

어머니가 새로 사주신

운동화가 떠내려갑니다

 

아슬아슬하게

운동화를 잡으려는데

기우뚱

그만 저녁 하늘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맨발로 가야 하는 집은

너무 멀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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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추석 무렵이라 기억된다. 시장에 다녀오신 엄마는 몸이 노란 색동고무신을 사오셨다. 얼마나 기뻤던지 그 길로 신고 자랑하러 나섰다. 마침 큰 물 진 뒤라 앞개울엔 황톳물이 개울을 삼킬 듯 했지만 용기를 내어 섶다리를 건넜다. 움찔움찔 나아가다가 그만 미끄덩 색동고무신이 벗겨져 순식간에 개울물이 신발을 삼키고 말았다. 망연자실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 있다가 돌아왔는데 어린 마음에 돌아오는 길이 정말 걱정되었다. 눈물 쏙 빠지게 혼이 났는지는 기억에 없다.(아마도 엄마는 아이가 무사한 것에 대해 가슴을 쓸어내렸으리.)

이듬해, 모래 틈에 묻혔다가 드러난 색동고무신 한 짝을 찾아들고 집으로 왔던 적이 있다.

시는 상상력이 재미있다. 허리를 꺾어 머리를 가랑이 사이에 넣고 세상을 거꾸로 보는 느낌.

시선이 하늘에 닿아 있다. ‘그만 저녁 하늘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이 한 문장으로 인해 어쩌면 심각할 수 있는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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