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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봉의 문화읽기[224] 싸우는 사람들최대봉(작가)
  • 영주시민신문
  • 승인 2020.03.13 10:34
  • 호수 756
  • 댓글 0
삽화 이청초

중국 우한의 후베이 성에서 발생한 코로나 19라는 새로운 유형의 바이러스가 건너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중국 다음으로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우리를 불안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백신도 없고 확실한 치료제도 없는 낯선 얼굴의 바이러스는 아시아 대륙은 물론이고 유럽까지 강타해 세계보건기구(WHO)가 곧 팬데믹(pandemic)을 선언해야 할 단계에까지 이르고 있다. 그리스말 pan(모든)과 demos(사람들)이 합해진 이 말은 ‘대유행’, 또는 ‘대창궐’을 의미하는 전염병의 최고위험등급인 여섯 번째 단계를 뜻하는 것이다. 인류 전체가 이 보이지 않는 적,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여야 할 단계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존재해온 그 보이지 않는 적들은 전쟁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아왔다. 14,5세기의 유럽 사람들은 흑사병의 공포 속에서 살았다. 그 병을 일으키는 쥐벼룩들은 동방으로부터 왔다. 몽골제국 원정대의 말발굽이 유럽을 휩쓸고 지나갔지만 온전히 유럽을 정복한 것은 용맹한 칭기즈칸의 후예들이 아니라 그들을 따라간 동방의 쥐들이었다. 그 쥐벼룩들이 옮긴 병으로 2500만 명 이상이 죽었다. 당시 유럽 인구가 8000만 명 정도였으니 1/3의 인구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것은 인류역사의 큰 흐름까지 바꾸어놓았다. 인구 감소로 인한 농노제(農奴制)의 붕괴는 봉건제의 몰락으로 이어지고 우리가 유럽 역사에서 ‘중세(中世)’로 부르는 한 시대가 종언을 고하게 된 것이다.

전쟁은 전염병의 온상이었다. 미국의 한 병영 막사에서 100여명의 병사들이 원인 모를 고열과 함께 감기에 시달리고 있었다. 1916년 미국은 1차 세계대전에 참전을 선언하고 프랑스 전선으로 보낸 부대에 배속된 그 100명의 병사들이 어떤 비극을 일으킬지는 아무도 몰랐다. 1918년에 이르러 스페인 독감으로 명명되어진 그 바이러스는 발병 원인도 밝히지 못한 채 1차 대전의 사망자 수의 세 배가 넘는 4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보이지 않는 적들과의 사투에서 언제나 최전선에 서 있던 것은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들이었다. 지난 3일 국군간호학교 졸업생 75명이 임관식을 마치자마자 가장 위험지역인 대구로 떠났다. 이제 사회생활을 막 시작하려는 이 꽃다운 처녀들이 자신들의 목숨까지 위협받을 수도 있는 곳으로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문득 떠오른 것이 크림전쟁이었다. 1854념 러시아는 오스만 트루크(지금의 터키)를 침공해 크림반도를 장악했다. 러시아의 남하에 위협을 느낀 그 당시 유럽의 최강국들이었던 영국과 프랑스가 연합군을 이루어 크림반도로 진격했다. 19세기 유럽은 과학과 우매한 관습이 공존하던 시대였다. 총과 대포의 사정거리가 엄청나게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철도가 신속하게 군수물자를 나르고 무선전신으로 전방과 후방의 지휘부 사이의 소통도 원활해졌지만 장군들은 나폴레옹의 전술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밀집대형으로 스크럼을 짠 보병들이 북을 치며 상대방 진영으로 돌격하는 구시대의 전술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엄청난 위력의 화기들과 위생이 좋지 않은 병영에서 창궐한 전염병으로 무수히 많은 사상자들이 발생했다. 영국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유복한 생활을 하던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이라는 이름의 한 처녀가 비참한 전장의 상황이 안타까워 38명의 성공회 수녀들과 함께 전장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병영의 불결한 위생을 개선하고 체계적인 의료 시스템을 만들어 전염병을 예방하고 몸을 던져 다친 병사들의 치료에 진력했다. 러시아 병사들의 사상자 37만 명 중 절반 이상이 전염병으로 목숨을 잃었지만 영불연합군의 부상자들 중 죽은 사람들이 2%에 지나지 않은 기적적인 성과를 이뤄냈다. 영국인들은 10파운드짜리 지폐에 그녀의 초상을 실어 그녀의 헌신을 기렸다.(지금은 『오만과 편견』의 작가 제인 오스틴의 초상으로 바뀌었지만)

바이러스와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대구의 의료진들은 오늘도 무겁고 답답한 방호복을 입고 그들의 안전에 위협이 될 수도 있는 병실로 들어간다. 거기 그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외롭게 싸우고 있는 그들의 병실 바깥세상에서는 또 다른 싸움들이 벌어지고 있다. 정치와 정치에 기생하는 자들의 싸움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한 쪽에서는 지금의 사태의 책임을 초기에 중국인들의 입국을 막지 않은 정부에게 돌리려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폭발적인 바이러스 확산의 도화선이 된 신천지 탓으로 몰아가려는 싸움이다. 제발 부끄러운 줄 알아라. 지금이 그런 싸움이나 할 때인가? 잘잘못은 나중에 따져 봐도 될 일이다. 지금은 정치 같은 거 접어두고 총선에서의 유불리 같은 것은 개에게나 던져 줘버리고 국민들의 안전에만 매달릴 일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국민과 국가 안전의 최전선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의료진들에게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

영주시민신문  okh7303@y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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